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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온 몸으로 즐기는 그랜드캐년

길이 277마일, 너비 10마일 대협곡
루스벨트 대통령 “꼭 봐야 할 곳”

그랜드 캐년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그랜드 캐년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다.

지구 역사 20억 년의 이야기를 가진 협곡이다. 한때는 바다 밑이었다가 육지가 되었고, 다시 바다 밑으로 변했던 곳이 바로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이다. 협곡의 길이는 277마일(대한민국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 더 길다), 평균 너비는 10마일, 평균 깊이는 1마일에 달하는 대협곡이다. 오랜 세월 동안 콜로라도 강의 침식과 부식이 반복되며, 변화무쌍한 날씨와 맞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현재와 같은 장엄한 모습이 됐다.
 
우리가 이곳의 전망대에서 위대한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 많은 사람이 말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것은 단지 드러난 지층의 나이가 20억 년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발 약 2000~2100미터에 위치한 그랜드캐년 남쪽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까마득히 깊은 협곡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흐른다. 이곳은 5개의 기후대가 있다. 1919년 2월 26일, ‘토머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대통령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서 연평균 약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억7000만년 전의 지층에서 바다였음을 증명하는 조개 화석 등 여러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5억년 전의 지층에서도 바다였던 증거가 확인되며, 이 화석들은 이곳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모든 미국인은 꼭 한 번은 보아야 할 곳”이라고 했던 만큼, 그랜드캐년은 누구에게나 깊은 감동을 준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관광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방법으로 그랜드캐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예를 들어, 기차로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이곳 호텔에 숙박하면서 일몰과 일출을 감상하거나, 나귀를 타고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Bright Angel Trail)을 통해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다. 협곡 아래 콜로라도 강에 도착하면 최소 3일에서 최대 3주 동안 래프팅으로 그랜드캐년을 탐험하는 여정도 즐길 수 있다.
 
오래전 동료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한 분이 그랜드캐년 관광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그는 경비행기 투어를 신청했다고 한다.
 
“혹시 보이세요?” 동료 가이드가 물었다. 그는 “안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가이드는 “그런데 경비행기를 타시겠다고요?”라고 다시 물었다. 시각장애인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네, 저는 눈만 안 보이지 다른 곳은 건강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꼭 봐야 한다는 그랜드캐년의 상공을 약 40분간 날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랜드캐년을 찾아오기 위해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는 분명히 그랜드캐년 하늘 위를 날고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그랜드캐년 상공을 날고 있다는 것이 거짓은 아닙니다. 저는 보이지 않더라도, 온몸으로 느낄 겁니다.”
 
그랜드캐년 전망대에 서면 이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해돋이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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