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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활짝 핀 그녀

외눈으로 꽃을 피운 그녀
 
울컥 그녀를 사랑한다
 
사고였을 것이라는 나의 거친 호의는 빗나갔다
 
암세포가 왼쪽 눈에 둥지를 틀었고
 
안구 적출술만이 살길이라는  
 
의사의 선언을 듣는 순간
 
그녀는 헛발질로 마그마에 떨어졌다
 
 
 
고통과 부정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다가 일렁이고
 
산이 요동쳤다
 
서서히 눈이 빠질듯한 통증이  
 
육신을 갉아먹고
 
바닥을 친 절망은 그녀를 눕혔다
 
 
 
몸과 마음의 소실점이
 
소멸로 이어지는 절멸의 순간
 
참혹하게 아름다운 희열이 꿈틀댄다
 
까만 시간이 하얗게 바래고
 
하얀 시야가 밝은 세상을 흡수하지 못하자
 
건강한 눈이 더욱 빛난다
 
 
 
절망 다음은 희망인가
 
왼쪽 눈은 어둠을 더 어둡게 수면을 돕고
 
오른쪽 눈은 세상을 더 밝힌다
 
2D와 3D 세계를  
 
숨 쉬듯 살아내는 활짝 핀 그녀
 
울컥 안아준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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