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언어를 어떻게 나눌까?
유형적 분류는 같은 역사적 계통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유형 연구에서 역사와 지리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언어가 어떤 유형을 나타내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형 연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어의 변화이다. A. W. Schlegrl(1818)에 따르면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로 나눌 수 있다.
고립어는 중국어가 대표적이다. 각 단어는 각각의 의미를 갖고 다른 단어와 분리된다. 고립어 중에는 성조가 발달한 경우가 있어서 주목된다. 교착어의 대표적인 언어는 한국어이다. 각 단어에 다양한 의미요소가 첨가된다. 각각의 요소는 한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조사, 접미사, 어미가 연속적으로 첨가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부터조차도’ 같은 형태도 가능하며, ‘가시었겠다’와 같은 결합도 가능하다. ‘어간 + 존경 + 과거시제 + 추측 + 어미’의 첨가가 가능한 것이다.
굴절어의 대표는 라틴어나 영어를 들 수 있다. 굴절어는 하나의 요소가 둘 이상의 의미요소를 혼합하여 사용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한다. 영어의 is는 단수와 현재, 3인칭을 동시에 나타낸다. go와 went로 시제가 달라지는 예, ‘man - men, foot - feet’처럼 모음을 바꿔 복수로 나타내는 예 등이 있다. 세 가지 유형 분류 외에 후에 포합어의 분류가 추가된다. 대표적으로는 아메리카 인디언어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적 분류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모든 언어가 한 가지 유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립어도 첨가어의 요소가 있는 경우가 있으며, 첨가어에도 굴절어, 고립어의 요소가 있고, 굴절어에도 첨가어적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복수형 접미사인 ‘s’의 경우는 첨가어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합어가 유형 분류에 후에 추가 되었듯이 언어에 따라 새로운 유형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한국어를 예로 들자면 체언에 붙는 ‘조사’와 용언 어간에 붙는 어미를 같은 유형으로 취급하여 교착한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단어의 자립성과도 관계되어 복잡성을 더한다.
유형 논의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분류는 어순일 것이다. 어순은 S(주어)+O(목적어)+V(서술어), S+V+O의 유형이 대표적이나 그렇지 않은 유형의 언어도 나타난다. 한국어처럼 격표지가 발달한 언어는 사실상 자유 어순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한국어는 밥을 나는 먹었다.’와 같이 OSV의 형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어순의 도치도 강조 등의 화용적 목적을 위해서 가능하다.
고립어는 고정 어순일 가능성이 높고, 반면에 형태소에 의해서 격을 표시하는 언어는 자유 어순일 가능성이 높다. 알타이어 중에서도 주격 표지, 목적격 표지가 발달한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유 어순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몽골어 등은 주격 표지가 없으므로 어순 이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주어의 혼동이 없는 예라면 표지가 없어도 어순의 이동이 가능하다. ‘나 밥 먹었어’와 ‘밥 나 먹었어’에서 주어의 혼동은 없다. 고대 라틴어, 그리스어, 게르만어 등도 SOV 형태의 언어였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순의 유형이 변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순이 언어의 계통에 절대적인 기준일 수는 없다.
한편 언어의 분류에서 주변의 언어와 연관성이 매우 낮은 언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부에서 사용하는 바스크어다. 이는 고대어가 유일하게 남은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다른 지역의 언어가 이른 시기에 이동해 와서 오랜 세월 정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도 다른 알타이어와의 공통점이 적어서 계통의 섬처럼 취급하는 학자도 있다. 언어를 나누는 기준을 살펴보면서 한국어는 어떤 계통에 포함시켜야 할까 생각이 깊어진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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