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사건 자체가 멋진 시나리오”…‘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인터뷰
97회 ‘아카데미영화상’ 출품
LA에서 ‘오스카 캠페인’ 진행
영화진흥위원회는 긴장감을 놓지 않는 극적 재미,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밀도 있는 연기의 향연, 뛰어난 연출력, 역사에 대한 통찰력으로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발생한 신군부세력의 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황정민이 보안사령관 전두광 역을 정우성이 그의 대척점에 있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연기했다.
팬데믹 이후 최다 관객 수인 1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고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3관왕,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을 석권하며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 영화계 호평의 여세를 몰아 다시 한번 한국영화의 오스카상 후보작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뜨겁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런어웨이(1995)’ 데뷔 이후 28년 만에 천만 관객 반열에 올랐다.
김감독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대표 홍정인) 주최로 진행된 ‘서울의 봄 오스카 캠페인’을 위해 미주지역을 찾았다.
19일 아시안월드필름페스티벌(AWFF)에서 열린 상영회 후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로데오 스크리닝룸, 소호하우스, 말리부영화협회(MFS) 프라이빗 시사회 그리고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와 LA비평가협회(LAFCA)회원 초청 런천 행사를 통해 오스카상 후보작을 향한 진격에 나섰다.
제97회 아카데미 영화상은 9일부터 13일까지 숏리스트 투표를 진행하고 17일 결과를 발표한다. 최종 후보작은 내년 1월8일~12일 투표를 거쳐 17일 공개된다.
김성수 감독과 최근 LA에 위치한 SLL오피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서울의 봄’ 연출 계기는
“하룻밤 사이 일어난 12.12군사반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되는 순간 현장에 있었다. 고등학교 때 한남동에 살았는데 당시 총성을 직접 들었다. 내게는 특별한 기억이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품었다. 90년대에 12.12군사반란 관련 가담자들이 법정에 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019년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로부터 ‘서울의 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신나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영화감독으로서 예측불허로 전개되는 이 사건 자체가 멋진 시나리오였다.”
- 젊은층 관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젊은 세대가 재밌게 보고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졌으면 했다. 예상 외로 관람객의 60%가 20~30대 젊은층이었다. 젊은 세대 사이 어두운 역사를 통해 무책임한 사람이 중요한 위치에서 함부로 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거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련 역사를 찾아보며 한국 역사를 깊이 알려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었다.”
- 역사적 고증과 영화적 상상 사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은 사실 그대로 재현을 생각했다. 이 사건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10년 넘게 함께 작업한 촬영감독, 미술감독. 프로듀서와 같이 논의하며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는 구심점이 모였다. 사실 기반으로 만들되 몰입감을 가지고 인상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극 초반 관객들을 영화로 빠르게 끌어들이는데 집중했다. 총성이 울리며 참모총장이 납치되는 순간부터 대통령이 총장연행을 재가한 다음날까지 9시간동안 기자가 밀착해 현장을 찍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45년전 사건 내막을 알려준다는 것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책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결정을 한다. 일관성 있게 산 사람만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12.12군사반란 관련 기록을 보면 힘 있는 사람이 내린 신중한 결정이 아닌 자기 실리와 본능에 의한 무책임한 대응방식이었다. 개인의 사적인 욕망이 모이고 이기주의가 그날 밤을 지배했던 거 같다.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처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도 화제였다.
“황정민 배우가 제일 처음 출연 의사를 밝혔다. 어려운 결정이었다. 마지막 정우성씨 합류까지 캐스팅에 반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연출과 촬영 방식 때문에 연극 경험이 많은 배우 위주로 캐스팅했다. 경남 ,경북, 전남 등지에서 촬영해 서울에서 왕복해야 하는데 스케줄을 맞추고 화면 끝에서 보이지 않는 배우까지 모두 열심히 연기했다.”
김성수 감독 필모그래피
1995년 런어웨이
1997년 비트
1998년 태양은 없다
2001년 무사
2003년 영어완전정복
2013년 감기
2016년 아수라
2023년 서울의 봄
이은영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