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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교수 고민, 혁신 낳았다…조지아대학 안선주 교수 참여

혼합현실게임 ‘피트니스 버디’
방과 후 수업 비효율성에 착안
운동으로 가상 애완동물 키우기
“동기 부여로 긍정적 변화 유도”

안선주 조지아대학(UGA) 미디어학 교수가 개발에 참여한 혼합현실 게임 ‘피트니스 버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선주 조지아대학(UGA) 미디어학 교수가 개발에 참여한 혼합현실 게임 ‘피트니스 버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모의 퇴근을 기다리는 40~50명의 초등학생이 YMCA의 방과 후 수업에 모인다. 대부분의 시간을 멀뚱멀뚱 앉아서 선생님을 기다리며 때운다.  
 
또래 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숙제를 마친 후에도 놀이에 쉽게 끼지 못한다. 교사는 인력 부족으로 운동 등 외부활동까지 적극적으로 지도할 여력이 없다.
 
13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안선주 조지아대학(UGA) 미디어학 교수는 매일 아이를 방과 후 수업에 보내며 보육 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깨닫게 됐다.  
 
“교사가 부족하니 아이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죠. 결국 부모의 부재 속에서 매일 2시간씩 허비하는 셈입니다. 좌식 시간이 늘어나니 아동 비만 문제도 심각해졌어요. 바쁜 이민자 부모는 학교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자녀도 답답한 마음에 오늘 뭘 했는지조차 공유하지 않으려 들어요.”
 
이러한 복합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8년 안 교수를 비롯해 공학, 스포츠과학, 공중보건, 데이터사이언스 등 5개 분야 연구진이 모였다.  
 
국립보건원(NIH)이 5년간 33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6~10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혼합현실(MR) 게임 ‘피트니스 버디’가 탄생했다. 조지아주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 방과후 돌봄시설의 어린이 303명이 게임 후 신체활동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안 교수는 “아동에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실시간 긍정적 피드백으로 변화를 유지시키는 부모상을 알고리즘화시킨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동기는 가상의 반려동물이다. 사용자가 농구, 축구 등 정해진 운동 과제를 수행할 때마다 화면 속 강아지의 행복도가 높아진다.
 
이 강아지 에이전트는 작은 과제를 달성할 때마다 사용자의 성공을 축하하고, 매주 5분씩 운동량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목표를 조정한다.  
 
안 교수는 “유튜브가 개인 취향에 맞춰 자동재생 영상 알고리즘을 적용시키듯, 강아지는 아동 개개인마다 달성할만한 과제를 골라 추천한다”고 전했다.
 
내 아이의 성장 과정 하나하나를 알고 싶은 부모의 입장도 게임에 반영됐다. 휴대폰으로 아이의 성취 과정을 살펴보고 운동 중인 아이에게 실시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그는 “한국과 달리 교사가 매일 보육일지를 써주지 않는 미국은 부모로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 답답한 면이 있다”며 “매주 자동 생성되는 게임 결과 보고서는 부모가 자녀생활에 대해 ‘아는척’할 수 있는 대화의 물꼬”라고 강조했다.  
 
특히 언어장벽을 겪는 이민자 부모라 하더라도 게임은 직관적 이해가 가능해 세대간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
 
안 교수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UGA 교수직을 제안받으며 조지아로 이주해 인종,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한 사회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글·사진=장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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