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11월
시
파란 하늘이 지붕 위로 가득이다
왁자지껄 동네가 소란하다
바람 불지 않아도 낙엽은 동그라미 그리며
떨어져 쌓이고 스산함까지 옷깃을 여미게 한다
11월
달력 속에 빨간 불빛 땡스기빙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추수를 하고
감사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는 따뜻한 사랑의 달
김장김치와 감.사과. 풋밤 생각에 행복하다
11월
고국에 산천은 희석되어 가고
개울은 메말라 쓸쓸한 조약돌을 햇볕 아래
멍때리고 있겠지
입다 벗어놓은 옷들을 정리하고 세탁하여
장롱 깊이 토닥토닥 정리하는 손이 쪼글쪼글해도
11월
주는 즐거움 받는 즐거움 크게 웃을 수 있는 달
떨어지며 바삭거리는 그 속삭임은
어디선가 내게 노크를 하는 것 같다
11월 속에 서 있는 나무를
엄경춘 / 시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