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현대·기아 전기차 판매 호조 지속될까?
하지만 매달 각 자동차 제조사들이 발표하는 월간 판매실적을 집계해 보면 무슨 근거로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분석해 보니 업계 전문가나 언론매체들이 테슬라를 전기차 시장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모델 3와 모델 Y를 앞세운 테슬라가 업계 선두주자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가 후발주자로 한국차를 비롯해 일부 업체에서만 전동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대명사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테슬라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마치 전기차 업계 전체가 부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정보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기준으로 테슬라는 14만여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16만여대에 비해 13.3% 감소했다. GM과 복스왜건 역시 각각 20.5%, 12.2%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포드와 현대·기아는 각각 86.1%, 56.1%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리비안 58.8%, 메르세데스 벤츠 66.9%, BMW 57.8%, 도요타 85.9%, 닛산 1.3% 등도 호조를 보였다.
주요 10개 브랜드 중 7개가 전년 대비 큰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 3분기 전체 28개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 실적도 총 34만6309대로 전년 동기보다 11.0% 증가했고, 9개월간 누적 판매량 역시 94만5722대로 8.7% 늘었다.
특히 아이오닉 5와 6, EV6와 EV9을 앞세운 현대차와 기아는 9개월간 총 9만134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0.3% 증가했다. 이런 호조에 힘입어 처음으로 10만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성장 궤도에 오르는 데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한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 공제 보조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비록 IRA 수혜 자격이 강화되면서 대상 모델들이 크게 줄어 초기의 판매 열풍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부 업체가 자체적으로 7500달러 크레딧을 지원하면서 여전히 전기차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암초를 만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현 정부의 전기차 지원을 비판하며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의 걸림돌로 가격, 1회 충전당 짧은 주행거리, 충전 시설 부족 등을 내세우고 있는데 특히 10명 중 7명은 가격이 가장 큰 장애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업체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가격 저항감 낮추기에 나선 덕분에 “이제는 전기차를 사도 될 것 같다”는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기차 업계는 공들여 세우고 있는 탑이 자칫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결국 EV 및 배터리 관련 기업들로 구성된 단체인 ZETA는 최근 성명을 내고 세액공제가 일자리 증가와 새로운 경제 기회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면 보조금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의 첫 외국인 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지난 21일 LA오토쇼 프레스 컨퍼런스 후 인터뷰에서 “어떤 규제가 나오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라는 속담이 있다. 흔히 ‘피할 수 없으면 긍정적인 태도로 즐기며 극복하라’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한국차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