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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추수감사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미국 이민 첫해 추수감사절에 증명되었다. 30년 전 9월 남편을 믿고 어린 두 아들 손을 잡고 미국에 왔다. 남편의 동료가 살던 케년컨트리 지역에 집을 얻었다. 당시 그곳은 한인이 거의 없는 시골스러운 분위기였다. 너무 조용했고 백인, 흑인 등 여러 인종을 보다 보니 모든 것이 낯설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해님도, 달님도 한국보다 크게 보였다. 노랗게 핀 들꽃이 예뻐 덥석 만졌다가 가시 같은 것에 손가락을 찔리기도 했다. 풀조차 나를 반가워하지 않는 듯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온  두 아들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영어도 모르는데 어떻게 학교생활에 적응할지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이웃 한인들의 도움으로 가구도 사고 마켓도 가고 하면서 조금씩 적응하려 노력했다. 그러다가 미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라는 추수감사절이 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은 터키를 구워 먹는 날이라는 것도 알았다.    
 
이 즐거운 명절을 우리 가족, 특히 어린 두 아들도 즐기게 하고 싶었다. 이웃에 사는 한인은 터키 살은 퍽퍽하고 맛이 없어 굽지 않는다고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혼자 마켓에 갔다. 놀랍게도 터키 값은 너무 착하고 요리 방법도 까다롭지 않았다. 미국 마켓을 이리저리 돌며 그림책과 요리책을 참고하며 옥수수, 고구마, 빵 등 재료들을 준비했다. 터키는 값이 싸  큼직한 것으로 골랐다.  
 
추수감사절 아침 신이 난 두 아들과 공부하듯 터키를 구웠다. 우리 가족의 첫 추수감사절 식탁은 미숙했고 소박했다. 그러나 식탁 중앙에 놓인 노릇노릇 잘 익은 커다란 터키는 추수감사절을 풍성하고 근사하게 하였다. 이웃분들도 초대해 감사의 인사로 즐거운 만찬을 함께 했다. 두 아들은 터키의 큰 다리뼈를 들고 “공룡 다리”라며 흥을 냈고 남편은 터키가 맛있다며 칭찬했다.  
 
그 후 큰아들이 편하게 지내라며 터키를 주문해 준 한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터키를 구워 추수감사절을 지냈다. 우리 가족의 이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영주권 문제로 오랫동안 금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도 추수감사절의 풍성한 터키 요리는 우리 가족을 웃게 하고 어려움을 잊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해주었다. 모든 이민자 가족이 터키를 구우며 올해 추수감사절을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  
 
한 지인은 추수감사절을 추석처럼 보낸다고 했다. 추수감사절에 전도 부치고 여러 나물도 해서 조상님께 제사를 드린다는 것이다. 큰딸도 가족의 이런 전통을 이해하고 지키려 한다는 자랑도 했다.    
 
모든 한인 가정이 미국적인 삶에도 잘 적응하고,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사랑도 잘 보존하기를 소망한다.  

최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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