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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여파

이무영 뉴미디어 국장

이무영 뉴미디어 국장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를 확인했다. 10월 초순에서 중반 사이 북한 병력 최소 3000명이 북한에서 러시아 동부로 이동했고, 연말까지 1만2000명이 파병될 것으로 판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병력을 용병으로 고용한 것인지, 지난 6월에 맺은 상호방위 조약에 따른 자동개입 파병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군 특수전 부대 폭풍군단 병력을 보낸 것이니 러시아가 고용한 용병과는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용병이든 파병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제3국인 북한군이 개입한 것은 중대한 국면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바꾸거나 전쟁 장기화에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3년이 다 돼가는 전쟁에서 본토까지 공격받은 가운데,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4년 10월 현재 러시아는 개전 시 투입한 병력의 90%를 상실했으며, 지금까지 11만3000명~15만 명이 전사하고, 50만 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지난 6개월간 사상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병역기피와 탈영도 심하다고 하니, 러시아는 북한의 파병을 단비처럼 여길 것이다.
 
그런데 통일대전을 준비하라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왜 갑자기 정예 병력을 러시아로 파병했을까? 러시아의 파병 요청을 받으면서 당장 시급한 식량과 연료 확보를 약속받았을 것이다. 지난 7월 말 발생한 대규모 수해로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내부 자원 고갈로 복구 작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세계기아원조’는 올해도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0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주민의 53%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인데다, 급기야 군인의 식량 배급량마저 줄였다는 얘기가 돈다.
 
남한이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지원해 북한의 군사력이 고도화할 가능성이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첨단 군사기술 분야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술핵, 원자력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 4가지가 꼽힌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한다면 남한에 매우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민감한 군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도 문제지만, 6·25 전쟁 이후 현대전을 치러보지 않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은 경험을 100만이 넘는 북한군 전체에 습득시킨다면 우리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실효적인 단계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대응조치에는 정보분석관 파견과 살상용 무기 제공 방안도 포함돼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한이 제공한 살상용 무기로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공격해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남북간의 간접 교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남한에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칫 남북간 전쟁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는 것이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력에 당장 대응하기보다는 전쟁이 끝난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북한의 이번 참전이 지난 6월 러시아와 맺은 상호방위 조약에 따른 자동 개입 조항의 결과라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자동 참전 명분도 생긴다. 그간 한반도에서 핵 억지력은 북핵만을 다뤘는데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최악의 경우 러시아 핵까지 고려해야 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현실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러시아 변수까지 고려한 한반도 위기 상황 대응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이무영 / 뉴미디어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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