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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으로…이산가족 유전자 검사

해외 최초로 LA서 검사 진행
한인 70~80대 30여 명 참여
데이터 구축해 가족찾기 활용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동생을 두고 온 조복순 할머니가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동생을 두고 온 조복순 할머니가 유전자검사를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 6.25 전쟁 발발 직후 당시 6살이던 조복선(80) 할머니는 동생과 개성 할머니 집으로 피신했다. 조 할머니 자매는 1951년 1·4 후퇴 때 헤어졌다. 조 할머니는 “서울에서 개성 할머니 집으로 피신했다가 인민군이 물러나자 아버지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면서 “하지만 당시 3살이던 동생이 할머니 손을 잡고 안 가겠다고 했고, 아버지가 나만 차에 태워서 이남으로 왔다. 그 뒤로 동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찾기 유전자검사에 나선 조 할머니는 “통일이 되는 것을 원하지만…동생이 지금 있는지 없는지라도 알고 싶다”고 소망했다.  
 
21일 LA한인타운 용수산에는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 30여 명이 모였다. 70~80대 고령인 이들은 ‘해외거주 이산가족 유전자검사’에 나섰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북한에 남겨둔 가족 생사라도 확인하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한국 통일부 지원으로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캘리포니아지회(회장 최창준)가 주관했다. 이날 LA에서 실시된 해외거주 실향민 대상 유전자검사는 한국 외 지역에서 최초로 이뤄진 행사다.
 
남가주에 사는 실향민 30여 명은 ‘통일부 이산가족 유전자검사 및 보관 신청서’를 작성했다. 한국에서 온 ‘다우진유전자연구소’ 직원 2명은 신청자의 머리카락, 구강세포 등을 채취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014년부터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를 고려해 실향민 유전자 검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산가족 1세대 2만7700여명이 가족을 찾고 싶은 열망을 담아 유전자 기록을 남겼다. 통일부는 현재 2~3세대 유전자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산가족 유전자검사를 주관하는 다우진유전자연구소 황춘홍 대표는 “신청자가 남긴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남측 유전자 정보와 북측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 가족 찾기가 가능하다”면서 “올해부터 해외 이산가족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시작했다. LA 등 미국에 이산가족이 많이 거주해 앞으로 매년 유전자검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우진유전자연구소에 따르면 유전자검사를 통한 가족확인 정확도는 99.9%다. 1세대가 사망해도 2~3세대 간 유전자검사를 통한 친족 확인이 가능하다.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가주지회 최창준 회장은 “유전자검사를 통해 실향민의 기록을 남겨 더 늦기 전에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상봉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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