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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죽음과 소녀’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14번에는 ‘죽음과 소녀’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이런 제목이 붙은 이유는 이 곡의 2악장이 슈베르트의 가곡 ‘죽음과 소녀’의 선율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죽음과 소녀’는 소녀를 데려가려는 죽음과 이를 거부하는 소녀와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저리 가요. 저리 가라구요. 나는 아직 젊어요. 그러니 이대로 내버려 두세요.” “아름답고 상냥한 아가씨, 나는 너의 친구야. 두려워 말고 내 품에서 편히 잠들려무나.”
 
현악4중주는 이런 가곡의 선율을 주제로 다양한 변주가 펼쳐진다. 처음에 주제를 제시하는 부분은 ‘죽음’이 친절한 친구로 가장하고 소녀에게 접근하듯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할 수가 없다. 주제가 끝나고 나오는 첫 번째 변주 역시 그렇다. 여기서 제1바이올린은 고음역 특유의 화려한 음색으로 주제선율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특히 프레이즈의 끝자락을 사라지듯 장식하는 아련하고 처연한 멜로디가 일품이다.
 
두 번째 변주에서는 첼로가 중후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하지만 그다음 변주부터 현악기들이 절규하기 시작한다. 절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비명이라고 해야 할까. 격렬하게 현을 긁어대기 시작한다. 그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처음의 평화로 돌아온다. 하지만 곧 다시 시작되는 절규와 비명. 이런 처절한 몸부림이 모두 지나고 나면 현악기들이 조용히 ‘죽음과 소녀’의 멜로디를 연주하며 끝을 맺는다.
 
말년에 슈베르트는 병마에 시달렸다. 심한 두통과 고열, 구토로 괴로워하는 와중에 그는 “묻히는 건 싫어. 혼자 있는 건 싫어”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음악 속의 소녀처럼 그 역시 죽음에 저항했던 것이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죽음과의 싸움에서 패배했다. ‘죽음과 소녀’를 작곡한 지 2년이 지난 1828년, 31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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