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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

1824년, ‘합창교향곡’을 발표한 후 베토벤은 더 이상 교향곡과 같은 대편성의 곡을 쓰지 않았다. 대신 보다 내밀하고 개인적인 양식인 현악 4중주에 귀의했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해 자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베토벤은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고 마지막까지 현악 4중주에 매달렸다. 만약 베토벤이 오래 살았다면 이후의 작품은 모두 현악 4중주였을 지도 모른다.
 
베토벤은 모두 16곡의 현악 4중주를 썼는데,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6곡의 현악 4중주를 ‘후기 현악 4중주’라고 부른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선배 작곡가인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와 다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에서는 네 개의 악기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만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기도 한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 중 14번은 특이하게 7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악장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데, 각 성부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서로 다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 악장에 이르면 전반부의 느슨한 평화가 깨진다. 중간중간 네 악기가 한목소리를 내는 유니슨이 나오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투쟁 모드로 들어가곤 한다. 유니슨조차 지극히 전투적이다. 그렇게 심오한 성찰에서 느슨한 평화를 거쳐 격렬한 투쟁으로 끝난다.
 
예술가의 말년의 작품은 내밀한 자기 고백인 경우가 많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도 그렇다. 여기에는 베토벤 자신의 성찰은 물론 세상을 향한 격렬한 분노, 인간적인 흐느낌, 신성에 대한 갈망, 초월적인 체념, 억눌린 욕망의 분출, 자유분방한 인습 파괴의 욕구 같은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렇게 베토벤은 후기 현악 4중주를 통해 자기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음악을 인간의 삶과 무관한 것으로 취급했던 고전주의 시대와도 결별을 고했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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