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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천체의 운행 속도

박종진

박종진

바람 한 점 없는 날 연못을 들여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이는 자기 얼굴은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또렷하다. 갑자기 온 세상이 멈춘 것 같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는 매 순간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전하는 중인데도 전혀 그런 움직임을 느끼지 못한다. 달리는 기차 안의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다. 빛은 똑딱 하는 순간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주에서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인데 초속 약 30만km쯤 된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정확히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으로 삼았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그리며 도는데 그 거리는 총 9억 4천만km나 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 속도는 초속 약 30km쯤이다. 간단한 산수 계산을 하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속도는 총알보다 무려 75배나 빠르다. 게다가 지구는 자전하면서 동시에 공전한다. 지구가 한 번 완전히 자전하는 시간을 하루라고 정했는데 적도 지방을 기준으로 지구는 총알의 속도와 맞먹는 초속 약 0.46km로 스스로 돌고 있다. 소리의 속도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자전한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어지러워진다.
 
달도 지구를 중심으로 초속 약 1km의 속도로 돈다. 하늘에 걸려있는 희끄무레한 낮달이 비록 우리 눈에는 그냥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초에 1km를 날고 있다. 지구는 그런 달을 품고 태양 주위를 1초에 30km씩 공전한다. 태양도 우리 은하 중심부를 기준으로 초속 약 230km의 속도로 공전하는데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2억 5천만 년 정도 걸린다고 추측한다. 이를 은하 년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태양은 초속 230km로 움직이고, 지구의 속도는 초속 30km이며, 달은 초속 1km다.  
 
최근 관측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한없이 팽창하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하는데 이를 우주 가속 팽창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지만, 우주의 어느 지점부터는 팽창 속도가 빛보다 빨라지므로 그 경계의 바깥쪽에 있는 은하를 떠난 빛은 결코 관찰점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거기까지를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른다. 사실 빛은 항상 같은 속도로 진행하는데 그 빛을 담고 있는 공간이 팽창하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것처럼 보인다.
 
1977년 지구를 떠나서 지금까지 47년을 날아 태양계를 막 빠져나가고 있는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에서 가장 먼 곳을 지나는 중인데 현재 속도는 초속 약 17km라고 한다. 우주 공간은 진공이어서 공기 저항이 없으므로 그런 속도가 가능하며, 연료 없이도 영원히 같은 속도로 날 수 있지만, 태양의 바로 이웃 별까지 가는 데도 수만 년 걸린다고 한다.  
 
참고로, 미국 도시를 잇는 보잉 737 제트 여객기의 평균 속도는 시속 960km 정도니까 1초에 0.25km를 난다는 말이다. 또 미국 고속도로의 최고 속도 기준은 55마일이므로 이를 변환하면 초당 약 0.025km가 되니 천체의 움직임에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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