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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빅토리아 이

지난 7월 28일 뉴저지 포트리에 살던, 정신건강 질환을 겪고 있던 빅토리아 이씨가, 911콜을 받고 출동한 포트리 경찰 토니 피킨슨 주니어의 총격으로 26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주 검찰에 의해 사건 피해자 신원이 밝혀진 것은 무려 일주일이 지난 8월 5일이었다. 내가 한참 신나게 북클럽 회원들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즐기고 있었을 때쯤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8월 16일 공개된 바디캠 영상을 처음 본 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물통을 안고 자신을 방어하려는 작은 체구의 빅토리아와 강아지를 안고 있던 역시 작은 체구의 엄마, 들어오지 말아 달라고 하는데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경찰, 그리고 거의 동시에 발사된 총에 맞아 쓰러지는 빅토리아, 울부짖는 엄마, 쓰러진 그녀를 복도로 질질 끌어 응급조치를 시도하려는 경찰들의 영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왜 문 앞에 도착한 경찰들은, 아직도 그녀가 칼을 들고 있는지 복도로 나온 오빠에게 전혀 묻지 않았을까. 아파트 안의 상황이 현재 어떠한지, 가족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인지 다시 한번 확인도 안 한 채 왜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물통을 안고 문 뒤에 서 있던 작은 아시안 여성에게, 테이저건도 아니고 실총을 쏜 것일까.  
 
하지만 사건 직후 커뮤니티는 너무 고요했다. 내가 일하는 케어플러스의 한인 상담 프로그램(KAOS)의 한인 심리치료사 3명과 수퍼바이저는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미팅을 두 번 가졌다. 그리고 이어 참석한 8월 22일 한인동포회관에서의 모임, 정성껏 저녁 도시락까지 마련하여 AAPI가 마련한 이 미팅에는 겨우 삼십여명의 주로 젊은이들이 모였을 뿐이었다. 한인보다 오히려 타인종들이 훨씬  많았다. 이제 911에 무서워 연락할 수가 없다, 포트리 경찰을 신뢰할 수가 없다, 더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 모두가 입을 모았다. 요즘 포트리에서는 시위와 시의회 참여 발언 등 진상 규명과 사후 대책을 위한 움직임이 훨씬 활발해졌다.  
 
NAMI(미국 정신건강 협회)에 의하면, 2015년 이후 경찰에 의해 사망한 5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고, 매년 약 200만 명의 정신질환자들이 감옥에 구금되며, 수백만 명 이상은 응급실에서 보내지지만 적절한 대처를 못 받는다고 한다. 911콜의 70%를 차지하는 정신건강 이슈와 관련된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일반 긴급 상황과 차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법적으로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직은 잉글우드와 핵켄색에만 실시되는, 정신건강 위기상황에는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가 동행하는 ARRIVE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늘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들을 위한 상담과 정신건강 위기상황 대응 트레이닝도 절대적이다. 케어플러스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여러 타운의 경찰 트레이닝이 포트리까지는 아직 못 미쳤었던 것이 아쉽다.  
 
며칠 후 우리 집에서 케어플러스, 그리고 다른 한인 치료사들의 작은 모임이 있었다. 다들 안타까운 마음으로 현재 제공되는 정신건강 응급상황 관련 서비스들을 살펴보았다. 전국적인 988 정신건강 핫라인, 지역적 특성을 잘 알고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 케어플러스의 201-262-HELP 핫라인, 그리고 18세 미만을 위한 핫라인인 Perform Care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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