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씨는 살아 숨 쉰다”
인터뷰 ‘오직 예수’와 서예의 삶 이두만 목사
서예가인 황파 이두만(94) 목사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생명력 있는 체’를 강조한다.
19세기 말 고종 황제 당시 참봉을 지내다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후 서당을 설립한 조부로부터 한학과 서예를 배운 이 목사는 이후 80여년을 서예 한 길을 걷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미션 스쿨 고교를 졸업한 후 신학대학 예과 재학 중 발발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종전 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에 다니던 1977년 여름 출장을 왔다가 ‘신학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미국에 남았다.
3개월 후 지인과 친구들이 있던 시카고로 옮긴 그는 당장의 생활을 위해 간판회사를 차렸다. 비즈니스는 나름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회사 문을 닫고 1988년 맥코믹 신학대학에 입학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목회와 선교의 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신학대학을 마친 그는 일본과 태국서 선교활동에 전념했다. 헤브론 교회 협동목사를 지낸 그는 2013년 은퇴 후 교회 내 성인대학 학장을 맡아 서예반을 지도하는 한편 직접 서예 학원을 설립했다.
“서예는 예술입니다. 인격 도야와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가는 과정”이라는 그는 “서예는 무조건 쓰기보다 해서 행서 초서 예서 전서로 이뤄진 5체를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고 말한다.
언제가 하늘 나라로 갈 때 자신의 비문에 ‘오직 예수’라고 쓸 생각이라는 이 목사는 서예가라기보다 예수를 위해 산 평범한 목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 목사가 가장 즐겨 쓰는 글도 요한복음 3장 16절(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이다.
시카고 은퇴목사회 회장과 시카고 한인회 이사, 기독교방송 이사 등을 두루 거친 이 목사는 한인 2, 3세들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이들을 위한 한글 서예반도 운영 중이다. 이민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잊혀지기 쉬운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서예와 한글을 통해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황파 이두만 목사의 서예교실 12기는 오는 9월 7일(토) 윌링 한인 문화회관에서 개강한다. 문의=(847)818-8385.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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