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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이제부터는 경제다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트럼프가 달라졌다. 대선 유세에서 경제 관련 발언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의 유세는 그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첫 무대였다. 얼마 전 마라라고 자택에서의 기자 회견이나 일론 머스크와의 장시간 대담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당선되면 취임 12개월 이내에 전기료 등 가정용 에너지 가격을 50~70% 내리겠다”, “소셜 시큐리티와 팁 수입은 면세 혜택을 주겠다”, “경제를 활성화해 모든 국가 부채를 상환하겠다”, “취임 1년 이내에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폐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
 
 애쉬빌에서 그가 쏟아낸 경제 관련 공약들이다. 이미 소개된 새로운 버전의 ‘트럼프노믹스’에 몇 가지가 추가됐다.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있지만 관심 끌기용으로는 그럴듯하다. 물론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을 ‘비뚤어진 조(Crooked Joe)’라 조롱하고, “해리스는 인터뷰를 할 능력이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 발언을 멈추지 않았지만 경제 얘기를 하느라 비중은 줄었다.  
 
트럼프의 변화는 위기감을 감지한 결과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우세를 보였던 ‘스윙 스테이트’들도 어느새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일부 주에서는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 입장에서는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경제’다. 경제 분야만큼은 트럼프가 해리스 보다 우위라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유권자들도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경제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는 듯하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 있지만 기업인이 경제 문제를 더 잘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 스스로는 “그들은 (경제가)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하는 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로의 방향 전환은 트럼프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공화당과 대선 캠프의 전략적 선택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트럼프의 경제 정책, 즉 ‘트럼프노믹스’를 경험한 바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2017~2020년 사이다. 기억력 탓인지는 몰라도 당시 엄청나게 경제적 호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중국과 요란한 무역 전쟁을 벌였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이는 트럼프의 임기 중반쯤이던  2018년 9월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취임 이후 재정상태가 나아진 게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팬데믹 전까지 트럼프 재임 기간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과 바이든 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 자유무역협정 폐기, 세율 인하, 재정 지출 확대, 규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성과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남은 대선 기간엔 경제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도전자인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찾아 맹공에 나설 것이고, 해리스 부통령은 방어와 함께 개선안 제시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이다. 서민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세 현장에서의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행, 가짜 뉴스 유포, 갈등과 증오 조장 행위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경제적 논쟁’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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