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히트곡 '전우가 남긴 한마디' 가수 허성희…박 대통령, 서거 며칠 전 직접 불러
6·25·월남전 상흔 담은 노래
군부대서 시작 대중적 히트
지금도 6월엔 곳곳서 들려
2012년까지 샌호세서 거주
"리메이크 발표 기회 왔으면"
지난 1977년 발매된 노래 ‘전우가 남긴 한마디’ 가사 중 일부다. 곡이 나온 지 47년이 흘렀음에도 ‘호국보훈의 달’인 6월만 되면 현충일, 한국전쟁(6.25 전쟁) 기념식 등 각종 행사장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이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허성희씨를 지난 14일 만났다. 그는 남부 콜로라도 한인회가 주최한 공연을 마치고 LA에 들렀다.
노래를 불렀을 당시 20대 초였던 허씨는 “군인들을 위해 나왔던 노래가 이제는 호국영령을 기리는 노래가 됐다”며 “노래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허씨는 이날 자신의 데뷔곡이기도 한 '전우가 남긴 한마디'의 탄생 비화부터 당시 연예계 생활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전했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는 세상밖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래를 발매해 줄 제작사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허씨는 “제목부터 대중과 거리가 먼 노래다 보니 많은 제작사가 거절했다”며 “나조차도 이 곡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당시 한국 최고의 원판 제작소라고 알려진 성음제작소에서 음원 제작을 맡게 됐다.
허씨는 “원래 외국 노래 원판만 만들던 곳이라서 제작을 안 할 줄 알았지만, 성음제작소 창업주인 이성희 회장이 ‘이름도 같은데 같이 작업해서 이름값 한 번 해보자’라고 유쾌하게 말하며 음원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전우가 남긴 한마디’는 성음제작소가 만든 첫 한국 가요 앨범이 됐다. 곡이 처음 나왔을 때 분위기는 냉담했지만, 곧 히트곡이 됐다.
당시 6.25 전쟁의 아픔과 월남전의 상흔이 남아있는 시대상과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당시 정권에서 이 노래를 좋아했다.
허씨는“(박정희) 정권에서 많이 밀어준 노래”라며 “정부에서 전국 군부대에 노래를 틀게끔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허씨는 수많은 군 위문 공연 무대에 올랐다. 그는 “당시 나만큼 위문 공연을 많이 한 가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군복부터 군화까지 다 차려입고 무대에 선적도 있다”고 전했다.
‘전우가 남긴 한마디’는 군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사망 며칠 전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허씨는 “박 대통령 서거 며칠 전 청와대에서 나를 포함해 희극인 김희갑, 작곡가 길옥윤 등 연예인 몇 명을 불렀지만 나는 캐나다 공연 중이라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청와대에 들어간 김희갑 선생님께 전해 듣기로 박 대통령이 ‘허성희가 없으니 내가 불러야겠구먼’이라고 하며 ‘전우가 남긴 한마디’를 직접 불렀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래는 군부대를 넘어 대중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연예계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허씨는 “대중과는 멀었던 ‘전우가 남긴 한마디’가 대중에게 환호를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시 ‘판도가 바뀌었다’라는 언론 보도가 나올 만큼 대중들도 이 노래를 좋아해 줬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지난 1977년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이제는 어느덧 47년 차 가수다. 지난 1979년 말 샌호세로 이민 와서 지난 2012년까지 미국에서 거주했다. 공백도 있었지만, 음악 활동은 꾸준히 해왔다.
그는 지난 2022년 ‘우린 더 행복할 거야’, ‘다시 오는 가을’, ‘나를 보러 오세요’ 등 3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허씨는 “지금도 6월만 되면 ‘전우가 남긴 한마디’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여러 가수가 불러준다”며 “기회가 되면 내가 리메이크해서 재발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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