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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55년차, 글에 삶의 울림 담았다

월간샌디에이고 칼럼니스트
김장식씨 10년 넘게 글 게재
단숨에 읽히는 문장력에 인기

일상에 감사·결단력이 중요
'살던 집서 멋지게 늙기' 선택

시니어 칼럼니스트 김장식 씨.

시니어 칼럼니스트 김장식 씨.

"마지막 거처를 어디로 할까?", "박수칠 때 떠난다",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하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본보 샌디에이고 지사가 발행하는 잡지 '월간 샌디에이고'에 게재되는 시니어 칼럼의 제목들이다.  
 
10년 넘게 고정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작가는 바로 김장식 공인회계사(사진). 시기성 있는 주제나 책, 영화, 음악, 여행에서 느낀 점을 독백처럼 풀어낸 그의 글은 한 페이지 분량으로 짧지만 단숨에 읽혀지는 글솜씨와 내용에 울림이 있어 꽤 인기가 높다.
 
본격적인 장수시대, 이민 커뮤니티에도 다양한 시니어 라이프의 선례가 절실하다. 김장식 씨의 글을 화두로 이민 55년차를 바라보는 80대 한인의 생각과 삶을 엿본다.  
 
월간샌디에이고 8월호 표지.

월간샌디에이고 8월호 표지.

▶"삶의 가치는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달려있다."  
 
고문회계사로 일하는 김씨는 아직도 일주일에 이틀은 사무실에 출근해 주어진 일처리를 담당한다. 또 다른 이틀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골프 멤버들과 걸으면서 운동하고 나머지 날엔 미뤄둔 약속이나 가족, 친구를 만나고 교회와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한다. 여전히 적당히 일도 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하면서 자기관리에도 힘쓴다. 80대, 삶의 질풍노도를 벗어난 시기를 보내는 그의 '삶의 가치'는 일상에 충실하며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고 매사 소소한 감사거리로 채우는 것이다.  
 
▶"7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훈아의 은퇴는 '노래영웅' 이미지를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1942년생으로 1969년 도미해 회계학을 전공한 후 CPA가 됐다. 시카고에서 10년 일한 후 마흔셋에 샌디에이고로 이주했다. 당시 한인 기업들의 미주, 멕시코 진출을 도맡아 지원하던 때라 정신없이 바쁜 시절을 보냈다. 커리어의 절정기인 50대를 지나 65세가 되자 약속했던 대로 후배에게 일을 물려주고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그는 내려놓는 것도 '타이밍'과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나훈아의 은퇴를 아쉽다 하지 않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 인물이 된 젠슨 황. 엔비디아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가운데, 젠슨 황의 검은색 가죽 재킷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장식씨는 간혹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소회를 남기곤 한다. 그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말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두 가지 덕목에 대해 언급했는데 바로 이력서에 쓸 덕목(resume virtues)과 장례식 추도사에 쓸 덕목(eulogy virtues)이다. 시니어로서 이제 이력서보다는 "친절했던 우리의 00, 누구보다도 관대했던 00" 등 추도사 덕목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살고 있다는 김장식씨, 여전히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이해하고 그것을 나누기를 즐겼던 김장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살아온 동네에서 계속 살면서 친한 친구들과 모여 외식도 함께하고 놀아도 같이하며 Aging in place를 해야지."
 
아무리 건강에 자신이 있어도 몸과 마음이 예전만 못한 80대 시니어들은 '마지막 거처'에 대한 고민이 크다. 특히 샌디에이고에는 한인 전용 요양시설도 없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LA나 OC로 가야 한다. 김장식씨도 의료시설, 여가시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타운에 대해 연구해 보았지만 이런저런 간접경험을 통해 결론적으로 '살던 집에서 늙어가기'를 택했다. 우아하게 나이들 수 있는 마지막 거처에 대한 고민, 과연  80대 시니어들만의 고민일까.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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