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트…사람도 바꾸는 셰익스피어 연기
켈리 오설리반.알렉스 톰슨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고스트라이트’는 위기에 처한 가족 드라마로 시작, 예술이 우리의 삶과 영혼에 어떻게 빛의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고찰과 탐구의 과정으로 전환된다.
툭하면 보행자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도로 공사 노동자 댄(키스 쿠퍼러). 늘 짜증과 분노에 차있는 그는 아내 샤론(타라 말렌), 10대 딸 데이지((캐서린 말렌쿠퍼러)와도 사소한 일로 마찰을 빚기 일쑤다.
문제아 딸이 교사에 반항, 정학 처분을 받는다. 교사인 샤론의 개입으로 퇴학을 면하지만 가정의 불화는 극에 달한다. 행인들과 싸움을 하고 있는 댄을 지켜보고 있던 동네 여자 리타(돌리 드 레온)는 일터 건너편 아마추어 극단에서 연습 중인 ‘로미오와 줄리엣’에 댄의 참여를 제안한다.
극단 합류를 완강히 거부하던 댄은 점차 셰익스피어의 세계에 매료된다. 현대인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셰익스피어의 지혜의 언어들, 극단원들과의 동지 의식, 공동체적 체험은 물러설 줄 몰랐던 댄의 완고함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는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모든 분노를 내려놓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자신을 억압했던 두려움과 가식,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는 삶의 전기를 맞는다.
댄의 연극 참여는 평행선을 달리던 댄의 가족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온다. 연극을 통해 그가 겪어왔던 어둠 속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다시 갖게 된다. 남성과 가장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버리면서 그의 단절됐던 가정에 치유의 손길이 찾아온다.
예술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빛’의 역할을 한다. 우리의 흐트러진 정신과 마음을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예술은 우리의 영혼이 갈망해오던 위로의 말로 서로를 다시 포옹하게 한다.
아빠와 엄마, 딸을 연기한 세 배우가 실제 부모와 딸 사이여서인지 그들의 앙상블 연기에 공감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캐서린 말렌쿠퍼러, 202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지대’에서 보았던 리온의 놀라운 조연 연기는 연말 시상식 시즌이 다가오면 반복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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