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탱크에서 익스플로어까지 100년 맞은 시카고 포드 공장
현재는 포드의 인기 SUV 익스플로어가 시카고 조립공장에서만 만들어지지만 예전 포드의 인기 모델이었던 타우러스와 머큐리 세이블, 링컨 네비게이터 등도 바로 이 곳에서 생산됐다. 경찰에 공급하는 차량도 2012년 이후 시카고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또 전쟁 기간 중에는 탱크도 만들어 군수산업기지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카고 남부 지역 경제에도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113에이커 부지에 들어선 이 조립공장은 280만 평방피트의 넓이다. 지금까지 포드의 주요 차량 15개 모델이 이 공장에서 생산됐다. 예닐곱번의 설비 증설 공사를 통해 새로운 라인을 깔았고 그 때마다 포드를 대표하는 차량들을 만들어 왔다. 지난 100년 동안 시카고의 모진 눈바람 속에서도, 여러 차례의 파업에도, 직원 대량 해고에도,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차량을 생산해 오면서 포드의 시카고 조립공장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시카고 공장이 현재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몇번의 위기를 겪고 나서다.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었던 타우러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판매량이 피크를 찍고 나서도 오랜 시간 생산을 이어왔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고 시장의 선호도가 바뀌면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에 포드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변경했다. SUV의 선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익스플로어가 대표적이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생산되던 익스플러어가 몸집을 다소 줄여 시카고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시카고 공장에서 이미 생산되던 다른 차량과 차체를 공유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익스플로어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는 시카고 공장에서만 이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익스플로어 경찰차량은 모두 시카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경찰 차량은 시카고 공장에서 일반 차량과 똑같이 만들어진 후 옆에 있는 특수 공장에서 경찰 차량에 필요한 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100년 역사 속에서 시카고 포드 공장은 군수공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인 한창이었던 1918년에는 군함을 만들어 해군에 납품하기도 했고 전쟁 이후에는 트랙터를 생산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는 최전선에 투입될 탱크도 생산했다.. 모두 3791대의 M20 탱크가 이 곳에서 만들어져 연합군의 전략 향상에 기여했다. 장갑차의 일종으로 그레이하운드라고 불린 M8도 시카고 공장에서 모두 2126대가 만들어졌다. 1944년에는 이 장갑차가 공장 인근의 인디애나 듄스에서 일반 공개돼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 포드 시카고 공장은 당시 최고 인기 차량들을 만든다. 포드 그랜 토리노, 썬더버드, 그라나다, 머큐리 쿠거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1986년부터 조립되기 시작한 타우러스와 머큐리 세이블은 시카고 공장의 대표 모델로 기록된다. 전륜구동인 이 모델들은 경쟁 업체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타우러스의 항공기 모양을 닮은 디자인을 두고 ‘젤리 빈'이라는 평을 들었으나 소비자들은 미국 최고 베스트셀러 차량으로 타우러스를 선택했다. 1992년 당시 혼다 어코드를 제치고 40만대 이상이 팔린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시카고 공장은 침체기로 들어섰다. 타우러스를 이을 인기 차량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이에 포드는 4억달러를 투자해 2004년 공장 리노베이션 공사에 착수한다. 2006년에는 타우러스의 생산 중단을 단행하고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와 머큐리 몬테고를 만든다. 2010년에 들어서야 시카고 공장은 활력을 찾게 된다. 포드 역사상 가장 히트한 차량 중 하나로 꼽히는 익스플로어가 시카고에서 생산되면서다. 익스플로어는 이코부스트 엔진을 장착해 연료 효율은 높이면서 출력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또 기존까지는 프레임-온-바디 방식이던 차체 구조를 유니바디로 변경하면서 탑승감도 높였다. 이에 2019년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전면적인 공장 재개조에 돌입했다. 타우러스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SUV 제조 전문 공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현재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SUV는 익스플로어를 비롯해 링컨 에비에이터, 경찰 인터셉터 SUV 등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며 차량 수백대가 주차장에 세워지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 사진이 있었는데 반도체가 없어 다 완성된 차량이 출고되지 못하고 졸리엣의 시카고 스피드웨이 자동차 경주장에 빽빽히 놓인 장면이었다. 2023년은 포드 시카고 공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월 전국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춰선 것이었는데 타업이 타결되면서 공장에 대한 미래 투자 계획이 마련됐다. 즉 포드사는 향후 4년간 4억달러를 시카고 공장에 투입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포드의 시카고 공장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공장에 비해 역사는 짧다. 하지만 포드 공장 중에서 연속적으로 운영된 공장으로 치면 가장 역사가 길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올해 공장 완공 100주년을 맞아 2025년형 익스플로어가 새롭게 출시됐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2025년형 익스플로어는 시카고 공장에서만 만들어지기에 거리에서 보이는 신형 익스플로어라면 모두 메이드 인 시카고인 셈이다. 앞으로도 포드의 투자가 이어지면 시카고 공장에서 또 어떤 모델이 만들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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