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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다는 생각이 가장 큰 실수” 은메달리스트 김예지 인터뷰

온라인서 ‘가장 멋진 사격 선수’
일론 머스크 SNS 글로 큰 화제

SNS 잘안해 유명세 늦게 알아
‘용기얻었다’ 반응에 용기얻어
빵점에 세상 안 무너진다는 말
자기 최면…말에는 힘있다 믿어

부모 사격 반대에 사흘간 굶어
재능있지만 하루 연습 2배 더
300~400번 쏘면 피로에 녹초
영화 출연보다 사격에 더 집중

원문은  LA타임스 8월7일자 ’This South Korean sharpshooter won a silver medal. Then Elon Musk helped her go viral‘ 제목의 기사입니다.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권총 여자 예선에 출전한 김예지가 과녁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25m 권총 여자 예선에 출전한 김예지가 과녁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28일 파리 올림픽 10미터 공기권총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예지(31) 선수는 이튿날, 인터넷상에서 본인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사격 선수’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열풍의 원인은 그녀가 지난 5월에 세계 신기록을 세울 때 당시의 동영상 덕이었다. 검은 모자에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사격 안경, 그리고 허리에 핑크색 코끼리 인형을 묶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 비디오 클립은 팬 아트, 비디오 몽타주로 이어졌고 급기야 일론 머스크의 액션 영화 출연 제안까지 불러일으켰다.
 
김예지 선수는 25미터 경기에서도 금메달 유력 후보였지만, 예선 라운드에서 실수하면서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3초 내에 사격을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김 선수가 파리에서 떠나기 전 줌으로 인터뷰했다. 갑작스러운 유명세를 얻은 그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겪어온 기쁨과 좌절을 담담히 털어놨다.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것을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
 
“난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게시물이 겨우 5~6개 정도밖에 없다. 트위터는 계정조차 없어서 한참 후에야 알게됐다. 10미터 결승 다음날 저녁에 팀 회식을 하는데, 25미터 권총 코치가 ‘예지야, 너 세계적인 스타가 됐어’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가 나를 언급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모든 게시물과 인스타그램의 쪽지를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타자가 느려서 지금도 답장을 못한 메시지가 많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나한테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내 마음가짐이 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메시지가 많았다. 그리고 날 보고 사격 종목에 도전해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감동이었다. 특히나 내 인터뷰로 용기를 얻었다는 메시지에 나도 용기를 얻게 됐다.”
 
-25미터 예선에서의 실수에 대해 웃어넘긴 인터뷰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그때 인터뷰에서 ‘빵점 쐈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 오늘 슬프거나 낙담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내일 태양은 다시 뜰 것이고, 그런 일들은 모두 역사책에 남을 것이다. 난 말에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일종의 자기 세뇌나 최면 같은 거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내 인터뷰에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올림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 같다.”
 
-3초 내에 사격을 완료하지 못했는데 그런 일이 자주 있나.
 
“선수 생활 초기에 더 큰 실수를 한 적 있다. 사격 후에 빈 탄피를 확인해야 하는데, 몇 번이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5발 중 3발을 놓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실수는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가장 큰 실수였다. 완벽하게 사격을 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다. 결국 0.01초 차이로 놓치고 말았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지난 2일 김예지가 허리에 차고 나온 코끼리 인형.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지난 2일 김예지가 허리에 차고 나온 코끼리 인형.

-세계 기록을 세우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때 복장과 당시의 ‘킬러 아우라’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사격용 안경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격 선수들은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한쪽 눈에는 블라인더를 착용하기도 한다. 또 그 코끼리 인형을 두고 한 언론에서 제 딸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사실 그건 코치가 준 손수건이다. 탄약을 장전할 때 손이 기름지기 때문에 매우 실용적인 장비다. 모자도 마찬가지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쓴다. 조명이 너무 밝을 때는 앞으로 쓰고, 그렇지 않으면 안대를 고정하기 위해 뒤로 쓴다.”
 
-세계 기록을 깨고 나서도 무표정이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점수를 확인하고 세계 기록을 깼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당시 제 생각은 ‘좋아. 이제 다음을 준비하자’였다.”
 
-사격은 한국에서 인기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6학년 때였는데 당시 체육 선생님이 사격 팀 코치였다. 처음에는 몰랐다. 어느날 선생님이 ‘총 쏘고 싶은 사람 손들어’라고 하셨는데, 호기심에 손을 들었다. 그러다 나중에 사격장에서 선배들의 연습장면을 지켜봤다. 멋져 보였고, 나도 팀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셨는데, 부모님은 강하게 반대했다. 고집 센 나는 사흘간 굶고 울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처음부터 난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나
 
“사격 자세와 이미지에 매료됐다. 단순히 총 쏘는 것뿐만 아니라 팀이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끌렸다.”
 
-사격에 대한 재능은 처음부터 도드라졌나.
 
“그랬던 것 같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난 잠이 많은 사람이어서, 연습 세션 사이에 자주 낮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 코치가 ‘일어나서 기록을 깨라’고 깨우면, 곧장 엄청난 점수를 쏘곤 했다.”
 
-좋은 사격수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침착함과 집중력이다. 완전히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팀 코치가 인터뷰에서 김 선수의 하루 연습 사격량이 선수들 평균의 2배인 약 300발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은 짐작하기 어려운 연습량이다.
 
“사격은 한 가지에 집중하고 동일한 동작을 반복하는 스포츠다. 하루에 300~400번 그걸 하게 되면 신체에 독특한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먼저 어깨의 염증이다. 더 힘든 건 정신적 피로다. 하루가 끝나면 침대에 쓰러지기 일쑤다. 익숙하지 않은 노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지만, 일단 흐름에 빠지면 시간은 빨리 간다. 그 재미와 아름다움은 작은 디테일을 파고드는 것과 손에 피스톨이 반동하는 느낌에 있다.”
 
-일론 머스크가 영화 출연 가능성을 언급했다. 만약 저격수 역할로 카메오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면, 예를 들어 존 윅 스타일의 액션 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나.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TV 출연 요청도 받았지만, 잘 모르겠다. 난 사격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격 선수 김예지를 보고 싶어하지, 다른 버전의 날 원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스크가 사격을 주목받게 도와준 것에는 감사한다.”
 
-경기가 끝난 뒤 이미 2028년 LA 올림픽을 목표로 뛰겠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아직도 개선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의미 있는 깨달음이다. 지금까지 난 약점 없는 완벽한 사격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번에 실수를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맥스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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