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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Trust

모두 눈을 감고 깊은 명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Trust, Trust, Trust.” 요가 선생의 나지막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그녀는 아주 힘든 요가 자세 중에 “Listen to your body, don‘t over do but trust yourself. Trust makes everything possible”이라고, 한다. 정말 믿기 어렵게도 그동안 힘들었던 tree pose가 훨씬 수월하다.  
 
깊은 상념에 빠진다. 맞다. 스스로 자신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는가.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 그동안 우리 인류사는 모두 사랑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모든 예술과 문학 작품은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trust(믿음, 신뢰)가 없는 사랑은 왠지 늘 불안정하다. 신뢰가 쌓인 다음에 사랑의 싹이 피어오르면 그 사랑은 오래 지속할 것이다. 사람은 원래 태어날 때 모든 가능한 성품의 씨앗을 갖고 태어난다. 마치 여성이 이미 수억 개의 난자를 갖고 태어나듯이 말이다. 이 씨앗은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발아가 되어 꽃을 피울 수도 있고 아니면 그대로 사장될 수도 있다.  
 
Trust는 또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개인의 삶을 떠나 대인관계에서 신뢰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족 간에, 친구 사이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신뢰는 building block이라 할 수 있다. 거의 20년 전에 요가 강사 수련회가 베어마운틴에서 있었다. 그중 한 프로그램으로 둘씩 짝을 지어 산행하고 있었다. 갑자기 우리에게 눈가리개가 주어지면서 둘 중 한 사람의 눈을 가리게 했다. “자 이제부터 눈이 보이는 사람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저 산의 정상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눈가리개를 쓴 사람은 상대방을 100% 신뢰하고 그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라는 지시가 있었다. 우리 모든 일행은 너무나 황당한 이 지시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잠시 짝꿍과 상의를 한 후 서로의 역할을 정했다. 지금은 곳곳에 계단을 만들어 산행이 훨씬 수월하지만 2003년에는 제대로 길이 나 있지 않아 바위, 돌, 자갈, 쓰러진 나뭇가지들, 튀어나온 뿌리들이 진흙더미와 범벅이 되어 눈을 뜨고도 조심해야 할 상황이었다. 거의 40명이 되는 우리 일행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땀범벅이 된 채 상기된 얼굴로 정상에 올랐다. 실로 Trust의 아름다운 결실이었다.  
 
인도하는 자와 따르는 자 사이의 완전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믿음, 신뢰, 신념, 신용, 신탁으로 번역되는 Trust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산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는다는 말은 그는 정직하고 성실해서 고의로 당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신뢰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의 좋은 의도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할 때 깨지게 된다. 특히 금전 관계에서 실패하게 되면 영원한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법적인 의미의 Trust는 자신이 평생 모아둔 자산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준비 과정으로 생전에 ‘Trust’를 설립해 두지 않는다면 ‘Probate’라는 법원을 통한 상속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에 드는 경비와 시간은 비효율적으로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Trust’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만든 재산을 보호하고 유산관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금까지 세종류의 Trust를 생각해 보았다. 자신에 대한 믿음, 대인관계에서의 믿음. 그리고 법적인 용어인 Trust까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이 갖고 태어나는 자산 중에 성실을 최고로 삼는다. 가장 쉽고도 순박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박한 자산이다. 나는 성실한 사람과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성실한 사람은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성실은 신뢰를 얻게 한다. 신뢰는 모든 것의 기본으로 시작을 만들 수도 있고 끝을 예고할 수도 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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