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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이카루스의 역설

손헌수

손헌수

그리스 신화에 이카루스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질투심에 조카를 죽인다. 이카루스는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쫓겨간다. 크레타 섬에 갇히게 된 이카루스와 그의 아버지는 함께 자유를 향한 탈출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섬 주위에는 감시의 눈초리가 심했다. 그러자 이들 부자는 공중으로 날아서 탈출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된다.  
 
아버지는 조심스럽지만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큰 새들의 깃털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깃털들을 밀랍으로 붙여서 날개를 만든다. 이카루스의 아버지는 원래 솜씨가 좋은 건축 기술자였다. 날개를 완성하자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바다와 태양의 중간을 적당히 유지하면서, 너무 높지도 않게, 그리고 너무 낮지도 않게 조심해서 비행하라고 충고한다. 욕심을 버리고 중용과 절제를 하라는 충고였던 것이다.
 
드디어 이카루스는 완성된 날개를 달고 섬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날기에 성공한 이카루스는 점점 높이 날아 올라간다. 한번 날 수 있어지자 섬을 탈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그는 태양까지 가고 싶어졌다. 이카루스가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자 밀랍이 녹아버려서 그는 결국 떨어져 죽게 된다.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 덕분에 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 밀랍 날개가 녹아서 죽은 것이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나 정치가가 하루 아침에 인기와 영향력을 잃고 추락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자신을 그곳까지 가게 한 성공의 이유 때문에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잘못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부분의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대 경영학에서는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환경 적응능력’을 꼽는다. 기업이 환경에 적응해서 빨리 변화할 수 있느냐 여부가 생존에 필수라는 것이다.
 
시작할 때, 규모가 작았던 기업은 아주 신속하게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 간다. 하지만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환경의 변화에 둔감해지다가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사람이 바로 캐나다인 경영 컨설턴트인 데니 밀러(Danny Miller)라는 사람이다. 밀러는 1990년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잘나가던 기업들이 잘못되는 이유는 그들이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현재와 미래를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자신의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현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데니 밀러는 이것을 ‘이카루스의 역설’이라고 부른 것이다. 나는데 성공하니까 새롭게 변화하지는 않고 계속 높이 오르기만 하다가 떨어져 죽은 이카루스를 예로 든 것이다.
“이건 내가 해봐서 알아”라고 주장하는 꼰대들에게 경험은 커다란 자산이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했다. 경험은 아주 중요한 자산이지만, 세상을 경험이라는 렌즈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경험은 정답이 아니다. 그저 아주 유용하고 생생한 참고 자료일 뿐이다.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나 자신에게 충고한다. ‘젊은 세대가 묻거나 필요로 할 때만 경험을 이야기 하라. 그리고 환경이 변했으니, 나의 경험은 그저 참고만 하라는 이야기를 잊지 마라.’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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