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첫사랑 찾아 길을 떠나다
터치(Touch)
액션 스릴러 전문 코르마퀴르
풋풋한 로맨틱 로드무비 제작
사랑-결별-재회 고전적 재현
아내를 잃은 노년의 크리스토퍼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건강에 자신도 곧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할 것을 어렴풋이 감지한다. 그에게 죽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50년 전의 첫사랑 미코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풋풋했던 첫사랑, 그러나 이루지 못했던 그 사랑을 그는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크리스토퍼의 꿈결 같은 회상 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남아 있는 50년 전의 그 여인 미코는 런던에 사는 일본계 이민자의 딸로, 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일본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경제학도인 아이슬란드 유학생 크리스토퍼는 런던의 일본 음식점에 취직을 하고 그곳에서 미코를 처음 만난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며 순진하고 수줍은 사랑을 나눈다.
크리스토퍼는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애초에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았을까. 두 사람은 그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는 두 연인이 끝내 만나게 되리라는 걸 은근히 암시한다.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사랑이 흔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요즘의 멜로와 전혀 그 감성을 달리한다. 근래 보기 드문 감동을 전하는 아트하우스 로맨스 드라마 ‘터치’는 두 연인의 낭만적 사랑과 헤어짐의 아픔, 그리고 운명적 재회를 매우 고전적인 방법으로 그려나간다. 마치 포근한 봄날 피어오르는 꽃봉오리처럼 그들의 꾸밈없는 사랑이 예쁘기만 하다.
크리스토퍼와 미코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두 배우 팔미 코마르커와 고우키의 눈길을 주고받는 조용한 연기에 첫사랑의 설렘이 살아 있다. 톱스타 부모와 빼어난 미모로 ‘금수저 셀럽’이라는 평판에 갇혀 있던 고우키가 의외의 흡인력을 발산한다.
‘터치’는 음식과 사랑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해 주는 영화다. 크리스토퍼가 미코의 아버지로부터 배워 만든 일본 음식들이 두 연인의 식탁에 오르고 둘은 음식에 관해 얘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랑을 키워간다.
영화에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없는 원폭 피해 여성들의 서글픈 사연과 세대를 잇는 일본의 아픈 역사가 숨어 있다. 그로 인한 오해가 불러온 관계의 깨어짐, 그럼에도 사랑은 50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서로를 포옹하게 한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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