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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환갑 맞은 미협, 새로운 미래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미협이 환갑이란다. 경사로다 경사! 아, 이렇게 말하면 무슨 말인지 모를 분이 많겠구나. 이 지역 미술가들의 단체인 남가주 한인미술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흥겹고 질펀한 환갑 잔치라도 열리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니고, 늘 하던 대로 정기 회원작품전을 열었다. 71명의 회원 작가가 작품을 출품하는 큰 성황을 이루었다니, 수고하신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6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저마다 개성 강한 예술가들의 단체가 긴 세월 동안 잡음 없이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며 전통을 세웠으니 대단하다.
 
“1964년 이곳의 미술가 몇 명이 모여서 ‘나성 한인미술가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요. 그해 가을 버몬트와 4가에 있는 ‘코리안센터’에서 창립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아직 한인회가 없던 그 당시 코리안센터는 한인회 역할을 하던 곳이죠, 창립 무렵 참여했던 분들로는 김기방, 김보배, 김봉태, 배영선, 위상학 씨 등등이었습니다.”
 
건강하게 환갑을 맞은 미술가협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있다. 김봉태, 황하진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든든한 기둥 노릇을 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배영선, 김휘부, 강태호, 김소문, 이은규, 이우인, 이규정, 송재광 등 초창기 회장직을 맡아 협회의 기초를 다진 분들의 노고도 잊을 수 없다.
 
남가주 한인 문화계의 터주대감 김봉태 화백은 미술가협회 회장직을 두 차례 맡아 봉사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갤러리 스코프’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시회 개최, 타인종 작가들과의 교류, 미술잡지 ‘스코프’ 발간 등을 통해서 남가주 한인 문화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김 화백이 한국으로 영구귀국할 때까지 운영한 ‘갤러리 스코프’는 1980년대 이곳 한인 예술가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극히 자유분방한 만남과 시끌벅적한 토론이 발전적 원동력이 되어 많은 창조적 일들이 태어났다.
 
한편, 황하진 화백은 1978년부터 10년 터울로 3차례나 회장직을 맡아 헌신적으로 활동하며 협회에 결정적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가들이 자기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 미술 각 분야의 워크숍 등을 매달 개최하고, 특별강좌, 원로 탐방 등의 행사를 수시로 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매달 월보를 통해 미술계의 소식을 전하고, 연말에는 한 해의 활동을 총정리한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은 지금도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록이 그렇게 중요하다. 이런 미술가협회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지 못한 점 참 아쉽다.
 
미주 한인 문화예술계도 연륜이 상당히 깊어졌다. 재작년에는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았고, 지난해에는 미주 최초의 시(詩) 동인지 ‘지평선’ 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 행사가 문인협회와 한국문화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올해는 남가주 한인미술가협회 환갑과 함께, 젊은이들의 단체인 ‘모임극회’가 50주년을 맞는다. 내년에는 고(故) 고원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문학 행사가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처럼 각 분야의 연륜이 깊이 익어가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변화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희망찬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미래의 주인공인 2세들과의 관계 설정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억지로 가르치려 들거나 강요하지 말고, 그저 묵묵히 모범을 보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60년 후의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활동과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할까를 생각해보면, 우리의 자세도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삼가 옷깃을 여민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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