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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케네디…극단적 대립은 암살로 폭발했다

대통령 암살 영화 4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받으면서 대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대통령 암살은 미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그 뒤에는 늘 음모론과 극단적인 진영 대립이 있었다. 역사상 암살의 대상이 된 대통령은 11명,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암살당한 대통령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과 제35대 존 F. 케네디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끝난 지 5일 만에 암살됐고 케네디는 재선을 위한 선거 캠페인 도중 47세의 젊은 나이에 살해됐다. 두 대통령의 암살에 관한 영화와 미니시리즈 4편을 소개한다.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이 공동 연출한 ’킬링 링컨‘(2013). [National Geographic]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이 공동 연출한 ’킬링 링컨‘(2013). [National Geographic]

킬링 링컨
스콧 형제, 철저한 고증 바탕
무거운 톤으로 암살 파헤쳐
 
미국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다룬 다큐드라마 ‘킬링 링컨’(Killing Lincoln, 2013)은 거장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이 공동 연출하고 톰 행크스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빌 오라일리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철저한 고증에 바탕한다.  
 


링컨이 암살당하기 이전, 그리고 암살된 이후의 몇 주 동안 링컨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역으로 추적하면서 링컨 암살사건의 전모를 꽤나 진지하고 무거운 톤으로 파헤친다.  
 
남북전쟁의 최전선에서 그가 신뢰하는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과 회의를 마치고 리치먼드 함락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링컨의 모습은 왠지 불안하다. 링컨의 국가 통합과 인권 정책에 불만을 품은 남군의 비밀요원 존 윌크스 부스는 워싱턴 DC를 맴돌며 링컨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몸값으로 남군 포로들의 석방을 요구할 참이었다.
 
납치에 실패한 그는 결국 워싱턴 DC 포드 극장에서 링컨을 쏘아 살해한다. 부스의 행적과 그의 대사들은 물론 극적 효과를 위해 어느 정도 픽션으로 처리되었지만 링컨 대통령을 향한 그의 증오 심리와 음모를 꾸미는 과정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미국의 역사를 영원히 변화시킨 가장 큰 사건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 ‘킬링 링컨’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사상 최대 기록인 3400만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링컨 사후 160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녹인 ’맨헌트‘(2024). [Apple TV+]

링컨 사후 160년 동안의 방대한 자료를 녹인 ’맨헌트‘(2024). [Apple TV+]

맨헌트
방대한 링컨 연구 성과 반영
스릴러 요소 가미한 4부작
 
‘킬링 링컨’이 링컨의 암살사건을 역사적 고증에 치중한 팩추얼 드라마였다면 지난 3월 애플TV가 4부작으로 방영한 ‘맨헌트(Manhunt)’는 스릴러의 요소를 가미, 극적 몰입도를 높인 미니시리즈다. 애플TV는 이 시리즈를 ‘역사상 가장 잘 알려졌지만 가장 잘 이해되지 않은 범죄 중 하나’로 소개하며 ‘음모 스릴러’라고 홍보했다.  
 
시리즈의 원작인 제임스 스완슨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맨헌트(Manhunt: The 12 days Chase for Lincoln’s Killer)’는 링컨 사후 160년 동안 발표된 연구, 보고서 및 토론 등의 방대한 자료들을 참고하여 집필된 저서로 시리즈 제작 기간도 16개월이나 소요됐다.  
 
‘맨헌트’ 시리즈는 당시 법무부 장관 에드윈 스탠턴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스탠턴은 부스가 링컨을 암살하고 도망가자 그를 체포하기 위한 수색대를 조직, 12일간 그를 추적하면서 음모의 조각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적 인물로 묘사된다.  
 
드라마는 암살자 부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 암살 사건의 전모를 세밀하게 다룬다. 부스의 비행은 이제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에 의존하지만 한편 자신의 대의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인물로 평가한다. 드라마는 적대자를 향해 “여기는 미국이다. 우리는 쿠데타가 아닌, 선거로 대통령을 교체한다”라고 외치는 스탠턴의 대사로 매듭을 짓는다.  
 
케네디 암살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JFK‘(1991). [Warner Bros]

케네디 암살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JFK‘(1991). [Warner Bros]

JFK
베트남 철수 반대 기득권층의
거대한 음모론 바탕찬반 논란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는 올리버 스톤 감독이 1991년 발표한 ‘JFK’ 일 것이다. 영화는 암살의 배후에 거대한 음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1963년 11월 22일 자정. 컨버터블 리무진을 타고 텍사스주 댈러스 시가를 달리던 케네디 대통령이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2시간 후 24세의 백인 남성 리 하비 오스왈드(개리 올드맨)가 체포된다. 이틀 후 그는 경찰에 의해 호송되던 중 잭 루비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케네디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린든 존슨은 급히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오즈월드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얼마 후 짐 개리슨 검사(케빈 코스트너)는 뉴올리언스의 사업가이며 전직 CIA 요원 클레이 쇼(토미 리 존스)를 배후 인물로 지목하고 그를 기소, 법정에 세운다.
 
영화는 X(도널드 서덜랜드)라는 가상의 인물을 개리슨 검사의 자문관으로 등장시켜 스톤의 사회 비판과 음모론을 대변하게 한다. 그는 기득권 세력들에게 위험인물로 부상한 케네디를 암살하려 했던 배후 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즈월드가 즉각 살해되고 그의 살해범 루비가 4년 뒤 감옥에서 의문사를 당하고 사건과 관련하여 의혹을 받던 인물들이 연이어 죽어 버린 사실들이 언급된다.  
 
스톤은 케네디 암살이 베트남에서의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기득권층이 꾸민 음모라는 가설을 과감하게 제시한다. 그는 영화 발표 이후 음모론자로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반대로 그가 제기한 ‘음모론’에 공감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재클린의 시각에서 케네디 암살을 조명한 ’재키‘(2016). [Fox Searchlight Pictures]

재클린의 시각에서 케네디 암살을 조명한 ’재키‘(2016). [Fox Searchlight Pictures]

재키
퍼스트레이디 인터뷰 형식
암살 당일~장례식 재구성
 
2016년 발표된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재키’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재클린의 일대기를 그린 스토리라기보다는퍼스트레이디의 시각에서 바라본 암살 사건을 조명한 영화로 평가된다. 영화는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로부터 장례식까지의 며칠 동안 라이프 잡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그녀의 심경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케네디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재클린은 당시 34세에 젊은 나이였다. 더욱이 둘째 아들이 출생 후 이틀 만에 죽어버린 지 불과 네 달 후의 일이었다. 그녀 자신에게,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그녀의 내면은 당혹감과 절망으로 차 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밀려나는 신세가 되어버린 그녀에게 정체성의 위기마저 있는 듯 보인다. 잊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의 심리를 감싸온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의해 만들어지고 그 이미지에 의해 포장되고 기억된다. 영화는 그 포장의 영역에서 특별히 자유로운 분야이다. 대통령 암살을 다룬 영화들은 감독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그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링컨과 케네디가 암살당했던 시대와 오늘의 미국에서 발견되는 한 가지 유사점이 있다. 극단의 혐오와 증오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시대라는 사실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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