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7월14일은 제 2의 광복절
권씨는 “수용소에서 잠을 안 재우는 게 가장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많이 맞았고, 얼음 구덩이에 앉는 고문도 당했는데 잠을 못 자서 그 순간에도 잠이 왔다”며 “잠을 못 자게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건 없었다”고 수용소에서 겪었던 고통을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고명옥씨는 6년간 중국에서 칩거 생활을 했다. 그는 함께 탈북한 아들, 3년 뒤 뒤따라 탈북한 딸과 함께 살았다. 고씨는 “매 순간을 북송의 두려움 속에 살았다”며 “경찰차가 보이기만 하면 숨고, 아무 일도 없이 무사한 하루가 최고의 날이었다”고 당시 생활을 설명했다. 그는 신분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당시의 고초도 털어놨다.
권씨와 고씨처럼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에게 ‘북한이탈주민의 날’인 7월 14일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권익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탈북민들에겐 감격스러운 날이다.
12일 행사장에서 만난 탈북민 현춘삼씨는 “7월 14일이 우리에게는 제2의 광복절”이라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우리를 인정해주고 포용해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두 번째 광복의 감격을 우린 이해하긴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쟁취한 자유’의 기쁨이어서다.
그 감격에 탈북민들이 더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상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북한의 보복보다 한국과 미국에서 마주한 편견과 차별이 더 무섭다고 했다. 탈북민에 대한 이해는 격려나 배려를 넘어 사회적 의무다.
최근 한국에서는 탈북민 용어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그래서 한 칼럼니스트는 그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매년 7월 중순이 다가오면 한번쯤 되새김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광복절 한달 전쯤 감격에 차 있을 ‘먼저 온 통일’들을.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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