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대의 장밋빛 미래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그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없으면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달력에서 ‘내일’은 날짜 순서대로 오겠지만 목적과 의지가 없이 맞이하는 내일은 무의미하다. 목숨줄이 붙어 있더러도 희망 없이 사는 사람의 내일은 없다.
‘일을 끝내고 싶으면 바쁜 사람에게 맡겨라(If you want something done, give it to a busy person)’는 내가 좋아하는 문구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바빠도 일을 끝낼 줄 안다. 게으른 사람은 할까 말까 몇 일을 벼르다가 갖가지 이유를 달면서 제 때에 일을 끝내지 못한다.
‘쎄 빠지게’ 일하면 능률이 오른다. 능률은 의지와 비례한다. ‘쎄가 빠지게’는 혀가 빠질 정도로 힘들다’는 경상도 사투리다. 혀가 뽑힐 만큼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은어다. 영어로는 ‘I am working my butt off’로 표현한다. 한국사람은 혀가 빠질 정도로 죽자 사자 일하고 미국 사람은 엉덩이가 불티나게 일을 한다.
정말이지 ‘쎄가 빠지게’ 바쁜 한 달을 보냈다. 인생은 늘 사면초과, 엎친 데 덮치고 중요한 순간에 자빠져 코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자숙하며 유배생활 하듯 홀로서기를 즐겼는데 참을성 결핍으로 또 일을 맡게 된 것.
데이튼 지역에서 40년이 넘도록 교회와 한인회 원로로 봉사하던 분이 아들이 사는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게 됐다. 성질 급하고 빨리 손 드는 사람이 일거리를 맞는다. 집이 금세 팔리고 이삿날이 임박해져 우리집에서 송별만찬을 준비하기로 했다. 초청장 발송하고 메뉴 정하고 요리준비 등 일사천리로 진행했는데 하필이면 이 때 급한 대형 작품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체면상 파티를 파토 낼 수도 없고 작품 판매를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 피할 수 없으면 맞딱드려 한판 붙는 수밖에 없다. 달력에 날짜별 시간별로 촘촘하게 기획하고 숨가쁘게 준비했다. 꿩도 먹고 알도 먹게 둘 다 잘 끝이 났다.
무슨 일이든지 무리수를 두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분히 침착하게 행사를 세밀하게 기획해 준비하면 어려운 일도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다.
성공은 단 시간에 허투루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다른 노력과 정성, 철두철미한 준비가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 그동안 코로나와 비대면 일거리로 서로 얼굴 맞대고 사랑을 나눌 시간이 없었다. 요리 하느라 손마디가 저렸지만 즐거웠다. 다정한 미소와 따스한 눈길, 까르르 웃는 소리가 사랑의 온기로 퍼진다.
삼만이 아제가 낫으로 깎은 대나무로 빨갛게 익은 홍시를 딸 때처럼 가슴이 펄럭였다. 먹어야 정이 든다. 정은 비둘기처럼 가슴을 파고 든다.
인생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해야 할 일만 하면 사는 것이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산다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지 않는다.
어릴 적 줄넘기 할 때 술래가 되기도 했지만 줄에 안 걸리고 뛸 때는 허공을 나는 듯 좋았다. 균형을 잘 맞추면 사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탄력이 붙는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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