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마당] 뜬구름 잡기
수필
지금까지 복권을 산 적이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직장을 다닐 때였다.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복권을 샀는데 그때도 1등 상금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그때 복권 구매에 참여한 것은 일확천금의 불로소득을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동료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뜬구름 잡는데 참여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는 성직자 한 분은 “복권을 사는 것은 노숙자 돈을 갈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까지 한다. 매달 주 정부나 연방 정부로부터 받는 복지 지원금을 복권 구매에 탕진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란다.
복권과 관련해 25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음식점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3명이 일을 끝마치고 공동으로 즉석 복권을 사기로 했다. 당첨되면 3명이 똑같이 당첨금을 분배하기로 굳게 약속하고 여러 장의 복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중 한 장이 5000만원에 당첨됐다. 당시 그 액수를 3등분 하더라도 이들이 20년 동안 저축을 해야 만질 수 있을 정도의 거액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은행이 문을 열면 당청금을 찾기로 하고 그 복권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혼자 챙기려는 욕심이 생겨 동료들이 잠든 틈을 이용해 그 복권을 갖고 줄행랑쳤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나머지 두 명은 즉시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했고, 복권을 들고 도주했던 욕심쟁이는 결국 절도죄로 체포가 됐다. 욕심은 정신적인 것에 두어야지 물질적인 것에 두면 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종류의 복권이 있는 미국에도 복권 당첨자 관련 이야기가 많다. 그중 하나가 복권 당첨으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가 끝내는 노숙자로 전락한 남자 이야기다. 그는 복권 당첨 후 자가용 비행기까지 몰고 다니며 돈을 물 쓰듯 낭비하고 허세를 부리며 다녔다. 그 결과 당첨금을 3년 만에 모두 날려 버리고 노숙자가 됐다는 것이다.
한 조사 기관에서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을 추적 조사했더니 그중 99%가 거액이 생긴 후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며 복권 구매가 후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씁쓸해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복권 1등에 당첨되면 그 돈의 일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쓰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일확천금이 일단 수중에 들어오면 마음이 변한다고 한다. 나 또한 불로소득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며 교만과 허세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 할 수 있는가.
내가 근무하는 양로 보건 센터에 한국에서 온 대학 졸업반 학생이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 학생과 점심시간에 식사하며 우연히 복권 이야기를 나눴다. 그 학생은 자신은 복권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다고 했다. 일시에 일확천금이 생긴다면 자신의 꿈과 도전은 사라지고 안일만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곧 인생에 파멸이 올 것이라고 했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수고한 만큼 결실을 얻는 것이 올바른 삶이 아니냐고 나에게 반문하였다. 순간, 그 학생한테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청년의 사고방식이 너무 듬직해 다시 한번 그를 쳐다보았다. 그 학생처럼 삶의 철학이 건전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내 조국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 이제는 나도 어떤 것이든 ‘뜬구름 잡기’는 여기서 멈춰야 겠다.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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