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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배낭과 바위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바운더리(Boundaries), 예스와 노를 제대로 하는 건강한 바운더리에 대해 쓰고 있다. 금요 독서 모임에서 읽고 있는 Henry Cloud/John Townsend 박사님의 ‘Boundaries’의 부제는 ‘When to Say Yes, How to Say No, to Take Control of Your Life’이다. 이 책은 바운더리에 대한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 성경의 갈라디아서 6장을 인용한다.    
 
먼저 6장 2절에서는 “Carry each other’s burdens”라고 되어 있고, 5절에 가면 “each one should carry their own load”라고 되어 있다. 이거 서로의 짐을 함께 지라는 건지, 각자 지라는 건지, 좀 헷갈린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burden’과 ‘load’의 그리스어 원어를 살펴보면 바운더리에 대한 중요한 원칙이 보인다.  
 
원어에서 함께 지라는 ‘burden’은 ‘excess burden’ 즉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boulder(바위)’를 의미하는 반면, 5절에서 각자 지라는 ‘load’의 원어는 ‘cargo’ 혹은 ‘the burden of daily toil’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즉 누구나 매일 감당해야 할 자기의 짐(backpack)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으며 크리스천 멤버들은 아주 혼란스러워했다. 앗, 우리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돌려대고, 속옷을 빼앗으려는 사람에게 겉옷까지 주고, 억지로 오 리를 가자면 십 리를 가주어야 한다고 배웠는데요! 이 때문에 사실 크리스천들이 더 건강한 바운더리를 못 가지고 살다가 정신적으로 관계적으로 힘들어지기가 아주 쉽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서로의 짐을 함께 져주고, 또 내 짐은 내가 져야 할 두 가지 책임이 동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감정을 필요로 할 때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것이 그가 매일 스스로 메고 걸어야 할 배낭인지, 아니면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그래서 함께 지고 가주어야 할 바위인지를 살피는 것이다.  
 
어느 정도 크면 스스로 메어야 할 자녀의 배낭을 기어코 자신이 메어주는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강한 바운더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녀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바위같이 무거운 마음의 짐을, 성장 과정의 짐을, 혼자 지라고 몰아치는 부모는 더 문제다. 이때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No가 아니라, Yes, 그래, 너 힘들지,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하는 것이다.  
 
이 배낭과 바위의 원칙은 부부에게도, 형제간에도, 친구나 직장 동료 같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내가 받는 부탁이 그 사람의 배낭인지 바위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내가 하는 부탁도 내 배낭을 메어달라는 것인지, 무거운 바위를 도와달라는 것인지 생각하고 부탁하자.  
 
살다 보면감당하지 못할바위 같은 짐을 만날 때가 얼마나 많은지. 혼자 지고 끙끙대다 허리가 나가기 전에,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청하자. 반대로, 내 배낭도 잘 못 메면서, 노를 못해 남의 배낭까지 짊어지다 보면 반드시 번아웃에 빠진다. 예상 못 한 분노가 생긴다.  
 
바운더리 없이 예스만 하는 것이, 날 싫어하고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워서인가? 아무리 예스만 해줘도 이용할 사람은 이용만, 노를 해도 사랑할 사람은 사랑만 한다! 건강한 바운더리가 나를 지킨다! (counselingsunflower@gmail.com)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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