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마당] 안경
시
잠시 산책길을 나선다
칼날 같은 잔디 위에 안경을 잃었다며
애원하듯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 손을 잡는 친구
흔들리는 나무처럼 선, 그와 자분자분
풀섶 맴도나 침묵하는 풀들
안경은 한가로이 집에서 자고 있는 건 아닌지
분실이 착각은 아닌지
이젠 옛날 같지 않다는 그의
슬픔 가득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어제 걷던 길 저만치 무조각 같은 저것, 들여다보니
가늘한 다리 벌서듯 들고
오, 젖은 몸으로 기다리고 있더라고....
희수 끝에서 흔들리는 하루가
오늘도 힘겹게 초점을 맞추며 지나가고 있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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