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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안경

팔순으로 향해 달려가다
 
잠시 산책길을 나선다
 
 
 
칼날 같은 잔디 위에 안경을 잃었다며
 
애원하듯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 손을 잡는 친구
 
 
 
흔들리는 나무처럼 선, 그와 자분자분
 
풀섶 맴도나 침묵하는 풀들
 
안경은 한가로이 집에서 자고 있는 건 아닌지
 
분실이 착각은 아닌지
 
이젠 옛날 같지 않다는 그의
 
슬픔 가득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헤어졌는데
 
 
 
다음날,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
 
어제 걷던 길 저만치 무조각 같은 저것, 들여다보니
 
가늘한 다리 벌서듯 들고
 
오, 젖은 몸으로 기다리고 있더라고....
 
 
 
희수 끝에서 흔들리는 하루가  
 
오늘도 힘겹게 초점을 맞추며 지나가고 있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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