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식계 지록위마(指鹿爲馬)
아쉬운 쪽이 쩔쩔매며 달래야 했다. 평가원이 관계자에게 조언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모습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자신을 따라다니지 않고 관심을 보이지 않자 이내 수그러든 평가원은 스마트폰을 들어 한국의 '진짜' 평가원들에게 보낼 것이라며 가게 곳곳을 찍었다. 음식은 주문하지도, 먹지도 않았다. 위생평가 단계를 거쳐야 시식의 권한을 식당에 주겠다는 것인데, 지난해 뉴욕서 선정된 대다수 우수한식당이 퓨전한식집이었고, 그 이유로 한국정부 관계자가 위생평가 탓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결과는 유사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날 화장실과 주방서 관계자에게 질문을 쏟아내던 평가원은 벽면에 걸린 뉴욕시 보건국의 'A' 평가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
시 보건국은 시내 식당들을 급습, 음식도 맛보고 꼼꼼하게 확인한다. 급작스레 찾아와 음식을 주문하고 냉철한 평가를 남기는 통에 한식당은 물론 뉴욕일원 식당 업주들은 두려워 하지만 A를 받으면 자랑스러워 한다. 평가는 투명하게 시 보건국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되고, 이유도 상세하다. 당당하게 급습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며, 상황에 따라 무통보 재검도 한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뉴욕 등을 대상으로 우수한식당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획했던 암행어사식 방문은 어려워 결국 현장서 통보하는 것으로 자의적으로 바뀌었다. 정식 평가기준이 있긴 하지만, 평가원들은 저마다 간략화된 다른 체크리스트를 가졌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 때는 8명의 평가원이 한국에서 직접 날아와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전체적으로 평했다. 당시에도 이어진 한식 정의 및 선정 기준 관련 문제 제기에 정부 관계자는 신경쓰겠다고 답했지만, 올해는 가관이다. 생전 처음 뉴욕에 왔다고 긴장이 풀린 후에야 고백한 단 한 명의 평가원이 사진을 찍을 줄 아는 타국 셰프라는 이유로 뉴욕 식당을 돌고, 귀여운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재미한인식품학회의 한 고문은 기사를 보고 "한식진흥원이 이 같은 형식적 평가를 하려면 현지에 있는 교포 전문가를 쓰는 게 낫지 않겠냐"며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는 건 기본도 되지 않은 것이며 퓨전한식은 장난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고도 했다. 이번 우수한식당에 뉴욕서 어떤 식당들이 선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강민혜 / 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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