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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사랑은 자유로운 새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유혹해 파탄에 이르게 하는 요부나 악녀를 팜므 파탈이라고 한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은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그녀는 순진한 청년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하바네라’를 부른다. “사랑은 자유분방한 새.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어요. 일단 거절하기로 마음 먹으면 불러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하바네라는 2/4 박자의 춤곡으로 특징적인 3-3-2 패턴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리듬이 매우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가슴 깊숙이 눌러 놓았던 본능을 깨우는 리듬이라고나 할까. 윤리나 도덕에 얽매인 남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리듬, 남자로 하여금 기꺼이 자기 넥타이를 풀게 만드는 리듬이다.
 
비제가 팜므 파탈의 전형인 카르멘이 부르는 노래를 하바네라로 한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사실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클래식 음악 양식은 인간의 본성과 관능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데에 적합한 양식이 아니었다.  인간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고상하다고 해야 할까. 인간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낭만주의 작곡가들에게는 이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스페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나라에는 인간의 본능을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는 무수한 춤곡들이 있기에. 하바네라도 그중 하나였다.
 
카르멘은 하바네라로 돈 호세를 유혹하면서 자기의 사랑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그런데도 돈 호세는 속수무책으로 카르멘에게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카르멘은 나중에 돈 호세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로 간다. 돈 호세는 카르멘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녀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가 자기를 죽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그를 거부한다. 결국 카르멘은 돈 호세의 칼을 맞는다. 마지막까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살다 간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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