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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조나단 사건' 외면하는 한인단체들

참으로 기구한 삶이다. 한 사건 때문에 자녀 둘을 모두 잃었다. 선교사 정정식(82)씨는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는지 원인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지금 롱비치 법원에서는 이 원인을 밝히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21년 7월 벨가든 지역 바이시클 카지노에서 보안 요원 다섯명이 짓눌러 숨지게 한 조나단 정의 아버지다.  
 
딸 바네사는 오빠가 숨지는 CCTV 영상을 본 뒤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씨는 읍소했다. 인터뷰 말미에 “카지노 측은 생명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 이 점을 사회가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생명에 대한 관심이 없는 건 카지노만이 아니다.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한인 단체, 기관, 정치인들의 존재 이유가 무색할 정도다. 그 흔한 성명 한 장 발표한 게 없다.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에 분개하자는 게 아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잘못된 대응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조나단은 반드시 생겨난다. 이미 지난 5월 발생했던 양용 사건을 통해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지 않았나.
 
본지는 약 50분에 이르는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모두 자세히 살펴봤다. 조나단은 욕을 했다는 이유로 카지노에서 퇴장 요청을 받았다. 그 요청에 저항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에게 어떠한 신체적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비무장 상태였다. 보안 요원들은 순순히 걸어나가는 조나단을 쫓아가 주차장 구석으로 몰아갔고, 넘어뜨린 뒤 짓눌렀다.  
 
욕설을 한 게 끝까지 쫓아가서 제압할 명분이 되는가. 정신질환을 앓았다 해도 그 당시 조나단이 타인에게 어떠한 해를 가했는가.
 
검시국은 조나단의 사인을 ‘메스암페타민에 의한 죽음’이라고 했다. 반면, 법의학자들은 ‘제압성 질식(restraint asphyxia)’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향후 재판에서 진실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조지 플로이드도 그렇게 짓눌려 죽었다는 점에서 조나단 사건과 유사한 데가 많다. 당초 조지 플로이드 역시 부검 결과 체내에서 메스암페타민 성분이 검출됐었지만, 결국 목과 등에 가해진 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흑인 사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죽음 이면의 부조리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만약 조나단이 흑인이었다면, 이러한 일이 흑인사회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봤다.
 
아버지 정씨는 지금 원인을 밝히고 싶어한다. 이 사회가 그 점을 알아주길 원하고 있다. 한인 단체들이 함께 힘을 보태지 않는다면 제2의 조나단, 양용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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