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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만장일치의 세상

만장일치(滿場一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나는가요? 만장일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모든 사람의 의견이 같음’으로 나옵니다. 답답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요? 만장일치를 하려면 평생 결론이 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겁니다. 요즘 세상에서 만장일치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키려고 해도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데 말입니다. 여행지를 고를 때도 가족 사이에도 희망이 다릅니다. 종종 여행이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답답하면서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싸우다가 산이 가까운 바다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설악산이 인기가 높아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만장일치의 반대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입니다.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하니 만장일치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만장일치의 사회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사회로 보이니까요. 실제로도 투표에서 득표가 100% 가까이 나오는 사회를 우리는 비난합니다. 일률적, 획일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런 사회에 자유가 없음은 쉽게 예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의미에서 만장일치의 사회를 꿈꿉니다. 만장일치는 어쩌면 사회적인 용어가 아니라 종교적인 용어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의견이 다르겠으나 그 다름의 근원에 있는 같음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 만장일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장일치는 내 생각이 옳고 너의 생각이 틀리니 내 생각을 따르라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나쁜 만장일치일 겁니다.  
 
만장일치 하면 떠오르는 회의가 있습니다. 바로 신라의 화백회의입니다. 화백은 신라의 회의제도로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여섯 마을의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겁니다. 화백의 결정 방식은 만장일치였습니다. 만장일치인데 결론은 잘 났을까요? 조금 힘들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만장일치가 원칙이라면 당연히 결론은 잘 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위급한데 계속 결정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불교에서 경전의 내용을 확정할 때도 당연히 원칙은 만장일치였습니다. 이 말이 과연 부처님의 말씀인지 정할 때는 들었던 사람 모두가 동의하여야만 경전에 들어갈 수가 있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모두 다르지만 모두 하나인 모습을 봅니다. 누구나 깨달은 이라면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람이 경전을 정리하면서 더 큰 깨달음으로 하나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장일치는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것이 아닙니다. 논리를 상대를 이겨 기뻐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내가 조금 양보하고 배려하면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만장일치는 배려의 세계이고, 양보의 세계이며, 평화의 세상인 겁니다. 만장일치가 기쁘게 이루어지는 곳은 늘 웃음꽃이 핍니다.  
 
집안에서 작은 일을 정할 때도 만장일치가 일어나야 합니다. 만약 다수결로 한다면 늘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산이 가까운 바다로 가듯이 말입니다.  
 
사소한 다툼은 모두 다수결에서 발생합니다.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결론은 다수의 결정으로 나니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을 사는 지혜는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입니다. 만장일치의 태도를 늘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쪽의 수가 많으니까, 우리 편이 많으니까 다수결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서 저는 날카로움을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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