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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열정 한 스푼

손헌수

손헌수

“열정은 욕망과 소유 사이에 위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니 드 루즈몽(Denis de Rougemont)이 열정에 대해서 한 말이다. 갖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아직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에서 열정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일본의 작가인 무라카마 하루키는 열정이 “소유와 비소유의 궤도를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비소유는 출발점이고, 소유는 목적지다. 출발점을 떠난 존재가 목적지 주위를 쉼 없이 움직이는 힘, 그 에너지가 열정인 것이다. 집을 갖고 싶고, 차를 갖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에서 열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을 생존하게 만드는 에너지는 성욕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그것을 ‘리비도’라고 불렀다. 칼 융은 그래서 리비도를 “생명의 에너지”라고 불렀다. 기독교에서는 신이 흙으로 인간을 만들고 마지막에 생기를 코에 불어 넣었다고 한다. 죽은 것을 살게 만드는 생기가 어찌 보면 바로 열정이다. 이 생기와 열정이 모두 호르몬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의학자는 신이 인간을 빚고 마지막으로 불어넣은 생기가 바로 “호르몬”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처음 시작될 때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나온다. 도파민은 보상과 쾌락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사랑이 깊어지면서 “애착 호르몬” 또는 “포옹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옥시토신이 나온다. 옥시토신은 신체적인 접촉이나 친밀한 관계에서 나온다. 관계가 안정기에 돌입하면서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엔돌핀이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파민과 엔돌핀의 분비는 줄어든다. 사랑이 흔들리면서, 코르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게 된다. 그토록 욕망하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더 이상 열정이 생기지 않게 된 것이다. 소유로 인해 열정이 식은 것을 권태라고 부른다.
 
권태까지 느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욕망도 가져봤고, 열정도 있어 봤고, 소유도 해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욕망 자체가 없는 상태다. 욕망으로 이글거리던 구세대는 나이가 들었다. MZ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대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원하는 것이 없으니 욕망이 없다. 욕망이 없으니 열정도 없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말년에 이런 말을 했다. “열정을 잃어버리고서 나른하고 피곤하게 사는 삶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욕망이 없이 무기력한 상태도 아직 최악은 아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은 잘못된 목표를 가지거나, 열정이 심해서 집착이 되는 것이다. 열정이 잘못된 목표를 향해서 뿜어져 나올 때 광기가 된다. 인류에 해를 끼친 인간들이 열정만큼은 얼마나 뛰어났던가? 그래서 내가 소유하고자 하는 목표가 올바른 것인지를 늘 다시 곱씹어야 한다. 도박이나 마약, 네 이웃의 아내는 그릇된 목표다. 목표가 옳다고 해도 지나친 열정은 집착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늘 나의 열정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옳은 일에 모든 것을 걸고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보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오늘 하루를 무료하게 시계추처럼 반복적인 일상을 살지 말고 열정적으로 살아내자. 그리고 그 열정과 활력의 에너지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한 스푼 나눠주자.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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