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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터 증설” vs “처벌 강화”…같은 역사 쓴 두 흑인 여시장

노숙자 등 현안 서로 다른 길
배스, 범죄 처벌 강화안 반대
브리드, 강경책으로 재선 노려

좌파 진영의 흑인 여성들로서 유리 천장을 뚫었지만, 정책의 방향성은 확연히 다르다. LA와 샌프란시스코를 이끄는 두 흑인 여성 시장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A타임스는 강성 민주당원인 LA의 캐런 배스(70) 시장과 샌프란시스코의 런던 브리드(49) 시장이 최초의 흑인 여성 시장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노숙자, 마약 등 도시 문제 해결에서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LA와 샌프란시스코는 가주에서 쌍벽을 이루는 대도시다. 두 시장의 상반된 정책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먼저 런던 브리드 시장은 강경책을 택하고 있다. 브리드 시장은 오는 11월 상정될 범죄자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주민발의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 현재 가주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펜타닐과 관련, 이를 유통하는 딜러 등에 대한 처벌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브리드 시장은 민주당내 강성 인사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시장이 대척점에 있는 공화당 정책을 수용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캐런 배스 LA시장은 범죄자 처벌 강화를 반대한다. 게다가 노숙자 텐트 금지의 적법성을 심의 중인 대법원을 두고 배스 시장은 “노숙자를 범죄인 취급하려는 사람들을 더 부추기는 판결이 나와선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두 흑인 여시장은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열린 시민 참여 토론회에 함께 참석했다. 두 시장이 공개 석상에 나란히 서서 일대일로 대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토론회에서도 직면한 과제를 두고 두 시장의 시각은 달랐다. 배스 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LA에는 현재 노숙자 수가 엄청나게 많다”며 “가장 심각한 건 그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점이며, 노숙자들을 최대한 빨리 거리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셸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브리드 시장은 노숙자 문제의 핵심 원인을 펜타닐과 같은 약물 문제에서 찾았다. 브리드 시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펜타닐과 마약”이라며 “우리는 셸터 수용 인원을 늘리고 1만5000명이 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셸터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난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셸터 입주만으로는 노숙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두 여성 시장 모두 각기 놓여있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먼저 브리드 시장은 현재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배스 시장은 자신을 ‘신인(rookie)’으로 지칭할 만큼 취임 초중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법 개혁 옹호 단체인 저스티스 캘리포니아의 앤 어윈 이사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공공 안전에 대해 더 강력한 접근 방식을 원하고 있지만 브리드 시장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줄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유권자를 달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일관성 없는 정치적 접근 방식 때문에 혼란만 가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스 시장에게도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부분이 있다. 범죄자 처벌 기준을 낮춰 가주 지역 범죄 급증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주민발의안 47에 대한 배스 시장의 입장이 이러한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LA타임스는 “배스 시장은 주민발의안 47 폐지를 반대하고, 범죄자 처벌 강화 발의안을 다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단, 범죄자 처벌 강화 발의안을 어떻게 분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힌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배스 시장의 모습은 오히려 LA시의회에서 같은 좌파 성향의 의원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샌타모니카 지역 패스웨이하우징협회 샘 챔버리스 대표는 “두 시장의 대응 방식은 두 도시의 불만을 각기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재선 가능성 측면에서 어떤 정책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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