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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균적 미국인…한국서 먹는 한식 먹고 싶다"

한식 세계화 15주년 진단-<6>
LAT 빌 에디슨 음식 평론가
"한국식 바비큐·치킨엔 한계
정통 한식부터 알고 싶어"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부일 삼계탕에서 진행됐다. LA타임스의 빌 에디슨 음식 평론가는 얼굴 사진을 찍지 않는다. 뒷모습만 촬영해달라는 그의 요청으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김상진 기자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부일 삼계탕에서 진행됐다. LA타임스의 빌 에디슨 음식 평론가는 얼굴 사진을 찍지 않는다. 뒷모습만 촬영해달라는 그의 요청으로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김상진 기자

빌 에디슨(LA타임스)의 음식 평론은 맛 너머의 문화까지 다룬다. 그는 철칙을 고수하는 평론가다. 그의 사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절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음식을 맛볼 때 레스토랑 관계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몰라야 공정한 비평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수많은 음식을 접한 빌 에디슨에게 한식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메뉴판을 보더니 갑자기 날씨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은 삼계탕을 먹어야겠다. 흐린 날엔 국물 아닌가.”

빌 에디슨이 가장 맛보길 원하는 한국 음식은 ‘정통 한식’이다. 미국인 입맛에 맞춘 퓨전 형태가 아닌, 한국에서 진정 한인들이 먹는 음식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디슨은 “나는 가장 평균적인 미국인”이라며 수저를 들었다.

 
- 한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아직까진 한국식 바비큐다. 가장 널리 퍼진 한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지배적인 음식 문화 중 하나가 고기 중심, 특히 소고기 중심이다. 그렇기에 한국식 바비큐 문화가 미국인들에게 쉽게 다가왔다. 자욱한 연기 속 고기를 굽는 행위나 단맛의 음식이 백인 중심 주류 문화에서 선호된다. 한국식 바비큐는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또 눈앞에서 고기를 굽는 게 보는 재미를 더해주니 호응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한식만의 차별화된 맛은.
 
“달콤함과 매콤함이 섞인 한국 고유의 복합적인 매운맛이다. 한식의 맛이 일식, 중식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식의 매콤함은 한국만의 맛을 설명하기 가장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한식의 매운맛은 미국인들이 주로 경험해온 시큼하면서 매운맛과는 결이 달라 색다르게 느끼고 더 좋아한다.”
 
- 한식의 매운맛은 다양한데.  
 
“발효된 김치의 매콤함과 고추장의 매콤함의 차이를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할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 미디어는 한식의 매운맛을 구분하지 못했다. 다 묶어서 코리안 칠리 가루, 코리안 스파이스 소스라고 불렀다. 지금은 ‘고추장’이라는 고유 명사로 부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고추장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
 
-정통 한식과 퓨전 중 원하는 것은.
 
“정통 한식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싶다. 그래야 재해석된 한식(퓨전 한식)의 기원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통 한식을 알면 퓨전 한식당을 갔을 때 정통 한식과 달리한 셰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한식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의 음식에 해당한다. 다만, 퓨전 한식을 아예 배제하자는 건 아니다. 퓨전 한식을 먼저 접하고 마음에 들었다면 정통 한식을 갈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식 이해도를 높이고 한식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한다. ”  
 
-한식의 강점을 하나만 꼽아달라.
 
“한식은 미국 음식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기능이 있다. 한식의 요소가 미국 요리 과정에 첨가돼도 충분히 잘 어울린다. 이는 다양하고 계속해서 변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한식이 잘 맞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례로 애틀랜타에 에어룸 마켓 바비큐라는 곳이 있다. 미국 남부식 바비큐 요리와 각종 사이드를 선보이는데 한식의 요소가 가미돼 동일 선상에 있는 다른 바비큐 전문점들보다 더 맛있다.”
 
- 한식은 미국 식문화에 어느 정도 스며들었나.
 
“이미 많이 들어왔다. 한류 영향에 힘입어 노래, 영화, 패션뿐만 아니라 음식도 많이 노출됐다. 미국인들도 김치를 활용한 요리를 많이 한다. 또 김치를 사이드로 내놓는 주류 식당도 여럿 있다. 한식당도 많이 늘었다. 최근 미국의 한인 셰프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식을 표출하는 식당도 늘었고 미국에 진출하는 한식당도 많아졌다.”
 
- 한식의 인기가 지속할 수 있을까.
 
“인기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지만 변동 폭은 늘 있다. 한식의 지속적인 관심도는 한국인들에게 달려있다. 한국식 바비큐나 치킨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통적이고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면 한국의 맛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역사도 알려지게 될 것이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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