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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나의 버킷리스트 코첼라와 소매치기

손원임

손원임

사람들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담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는 단어의 유행은 어찌 보면 2007년도에 화제가 된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영향인 듯하다.  
 
이 영화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시한부 인생이 되었음을 알고 나서, 버킷리스트 여행을 떠나며 겪는 이야기들을 감동적으로 그린 코미디 드라마 영화다.  
 
나도 물론 버킷리스트가 있고 그 중 하나가 코첼라였다.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 있는 인디오(Indio)의 사막 지대 코첼라 밸리에서 행해지는 음악 축제다. 1999년에 시작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축제로서 매년 4월 중순 주말인 금, 토, 일의 삼일에 걸쳐서 2주 동안 진행된다.  
 
나는 드디어 2024년 4월 둘째 주, 12~14일에 코첼라에 딸과 함께 갔다. 코첼라 밸리는 산과 사막 지형, 팜트리가 한데 어우러져 특이하고 절묘한 광경을 자아냈고, 날씨는 예상보다 선선했다. 물론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씨름을 했고, 어두운 밤에는 바람이 몹시 불고 추워서 한기를 느꼈다. 다행히도 코첼라축제 지역은 잔디가 깔려 있어 걷기가 아주 편했다.  
 


우리는 10개(야외 8/어두컴컴한 실내 2)의 무대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는 공연들과 각종 이벤트들을 종횡무진으로 다니느라 얼마나 바빴는지 호텔에서 먹은 아침을 제외하고는 그 축제 삼일 동안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스럽고 매우 히피스러운 분위기였다.  
 
여기저기서 아주 크게 빵빵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저절로 흥을 돋우었고,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아티스트 라인업(lineup)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장애인 전용 구역도 편리하게 잘 마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금요일 밤에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공연을 앞에서 잘 보려고 메인 스테이지쪽으로 가까이 걸어가고 있었다.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하니 깜깜해져 있었고 많은 인파 속에 몸이 끼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남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주의를 끌었고, 나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은 순진하고 착하게도(!) 다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보며 그의 핸드폰을 찾아주려 했다.  
 
그 순간 누군가 나를 옆에서 살짝 치는 기분이 들었고, 나는 아차 하며 내 가방을 보았다. 아이고, 맙소사! 이미 내 “스마트폰”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가방을 연 채로 모자를 넣고 그 위에 핸드폰을 얹혀 놓았기 때문에 소매치기를 당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 속에서 발생했다. 그때 느꼈던 아주 이상하고 묘하게 섬뜩한 기분은 아직도 느껴질 정도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후 분실물 센터에 가보니 소매치기 당한 사람들로 줄이 벌써 한참이나 길었다. 내가 너무 방심했다.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 속에도 도둑은 있기 마련이다.  
 
나의 소원, 버킷리스트 코첼라는 내게 아주 새롭고 기쁨에 찬 경험을 안겨주었지만, 나로부터 아주 소중한 사진들과 추억, 정보를 앗아간 매우 슬픈 시간이기도 했다. 와우! 코첼라 첫날 밤의 핸드폰 소매치기 사건! 결국 인생사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따라다니는 법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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