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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주택 금융화 시대

고금리에 기존 금리-집값 반비례 역전돼
주택 수요·공급보다 금융시장 영향력 커

늘 기다려지는 연준의 금리 상하향 소식을 보며 최근 많은 사람이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이은 유보를 넘어 언제 금리가 내려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22년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이 정체 또는 침체를 겪었기에,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다.
 
유명한 자본화 공식에 따르면 금리가 내리면 당연히 집값이 오른다. 자산가치(V)는 순소득(y)을 할인율(r)로 나눈 값이다. 이 공식을 주택에 대입하면 월세(y)가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집값(V)과 금리(r)는 반비례 관계이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른다. 이렇게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을 물어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그런데 2024년 전미경제학회에서 금리가 오르면 오히려 집값이 상승한다는 흥미로운 발표가 나왔다. 그래서 금리와 집값 사이의 뻔하지 않은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연법칙(natural law)의 당연한 설명이 통하지 않는 인간사회에서 경제지리학의 맥락의존적 설명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재니스 에벌리 교수는 최근 금리 상승 기간 오히려 기존주택 중위가격이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매물 잠김 효과로 설명했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사하려면, 기존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신규주택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너무 올라서 동일한 가격의 주택으로 이사하더라도 추가되는 이자비용이 현재 보다 넘을 수 있다. 이처럼 늘어난 이자가 무서워서 이사를 못 하니까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공급이 적어지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집을 살 때 20~30년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일명 모기지(mortgage)를 받는다. 대출을 받을 때 결정한 이자율 그대로 몇십 년이든 만기까지 갚으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금리 시기에 받은 모기지를 갚고 고금리 시기에 모기지를 새롭게 받아서 집을 사는 일은 웬만하면 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재니스 에벌리 교수의 매물 잠김 효과 설명은 20~30년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라는 특수한 맥락에 의존한다. 빌려줄 때 설정한 이자율 그대로 20~30년 만기까지 쭉 갚는 금융상품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것을 넘어, 이러한 모기지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한 지배적인 수단이 될 정도로 널리 퍼져있어야 한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가격은 일부 인기 학군 지역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확실하게 하락했다. 그렇다면 추후 금리가 내리면 집값이 오를까? 필자의 생각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은 내렸으나, 저금리 시기에 이미 빌린 빚은 더 늘어나지 않지만, 갑자기 줄어들지도 않는다. 가계부채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를 내리면서 동시에 LTV, DTI, 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하기 어렵다. 대출받기 힘들게 만들면 집값에 대한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리가 오를 때 집값이 내리고, 반대로 금리가 내릴 때 집값이 오르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과거보다 집값이 금리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제가 침체하고 소득이 줄면서, 금리로 대표되는 금융시장의 영향력은 주택시장의 원래 수요(가구수)와 공급(신축 물량)보다 더 강력해졌다. 지금은 이른바 주택의 금융화 시대이다.
 
▶문의:(213)445-4989

현호석 마스터 리얼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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