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뒷마당 빌려 도심 속 꽃농장 성공기
한인타운 출신 캐서린 퍼거슨
이글락 친구 집 1.5 에이커 땅
11개월 일궈 꽃농장 사업 시작
집주인은 뒷마당 야생에 감탄
퍼거슨은 인근 꽃집에 꽃 납품
화원 투어엔 800명 몰려 인기
“꽃은 이해·사랑·도전·행복”
원문은 LA타임스 5월21일자 ‘She turned an empty L.A. lot into a gorgeous mini flower farm as a ’win-win‘’ 제목의 기사입니다.
꽃으로 가득한 언덕에서 ‘올라야 그란디플로라(Orlaya grandiflora)’ 가지를 쳐내며 캐서린 퍼거슨(55)은 나지막이 말했다.
“이곳의 야생은 놀라움의 연속이죠. 해바라기 속에서 자고 있는 벌을 본 적이 있으세요?”
녹지가 제한된 LA에서 팔기 위한 꽃을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않다. 하지만 조경 디자이너인 그녀는 LA한인타운과 가까운 이글락의 1.5에이커 규모의 빈땅에서 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동물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시나리오 작가 댈런 머슨의 주택 뒷마당을 일궜다. 화원의 이름은 프로그타운 플로라(Frogtown Flora)다.
뒷마당을 예쁘게 만들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집주인 머슨과 넓은 화원에서 예쁜 꽃을 재배해 판매 수익을 얻고 싶은 퍼거슨의 이해가 딱 맞아떨어진 프로젝트다.
땅주인 머슨은 퍼거슨이 가꾼 화원을 볼 때마다 감탄한다. “매일 집 밖에 나올 때마다 나비와 벌들이 뒷마당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는 것은 LA 도심에서 보기 힘든 놀라운 경험”이라고 꽃이 야생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했다.
퍼거슨에게도 이곳은 마법과 같은 공간이다. 지난 11개월 동안 그녀는 아이리스, 지니아, 코스모스, 장미, 해바라기, 스위트피, 프랑스 다이안서스 등 다양한 꽃들로 가득 찬 화원을 만들었다.
꽃이 다양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흰색 금잔화와 파는 스컹크, 너구리, 다람쥐를 막기 위해 심었다. 그런가하면 퇴비에서 자란 토마토와 고수는 그대로 두어 꽃을 피우게 했다.
또 뒷마당 너머와 언덕 꼭대기는 일종의 실험 공간이다. 향기로운 보라색꽃이 예쁜 피처세이지, 메밀, 멜로, 로사 캘리포니아 등 가뭄에 강한 캘리포니아 토착 다년생 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야외 활동이 밥벌이인 다른 조경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퍼거슨 역시 팬데믹을 견디기 어려웠다. 답답함을 달래려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는데 캘리포이나 토착 식물들에 대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꽃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으로 LA지역 꽃 재배자들과 연락하면서 노하우를 하나 둘 쌓아갔다.
2022년 그녀는 하딘 델 리오 커뮤니티 가든 가꾸기에 참여했다. 손바닥 만한 땅이었다. 흥미와 지식이 늘자 더 큰 땅을 일구고 싶은 욕심도 커졌다. 그때 머슨을 만났고, 머슨은 그녀의 ‘도시형 화원’ 프로젝트를 위해 기꺼이 땅을 내줬다.
퍼거슨은 “머슨처럼 좋은 사람들이 많아 행복하다”면서 “머슨은 다른 사람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싶어했다. 우리 둘 모두에게 화원 프로젝트는 윈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퍼거슨에게 화원 일구는 일은 큰 도전이었다. “넓은 땅을 가꿀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떴죠. 하지만 막상 작업할 땅이 언덕인 것을 확인하고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작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한 뒤 그녀는 계단 양쪽에 4x10피트 크기의 화단 12개를 건설 프로젝트에서 남은 목재로 만들었다.
“남편과 나는 트럭에 목재를 실어 여기로 가져왔어요. 내 또래 사람들은 모두 필라테스와 근력 훈련에 빠져 있는데 난 꽃향기를 맡으면서 근력도 키우게 됐죠.”
땅은 비탈진 곳이었지만 토양 자체가 비옥한 것은 행운이었다. 흙에 잡초 방지막을 씌우고 벌레 배설물과 퇴비, 유기 비료로 땅을 가꿨다. 관개 시스템도 설치했지만 정작 물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토종 식물들은 자리를 잡으면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비료는 토끼 배설물이다. 닭 똥처럼 퇴비화할 필요가 없어서다.
일부 화원 농부들은 유행을 따라 꽃을 선택하지만, 퍼거슨은 본인이 좋아하는 꽃 심기를 선호한다. 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일랜드파크의 LA 홈팜(Homefarm)에서 퍼거슨의 꽃을 팔고 있는 로리 크랜즈는 “퍼거슨의 꽃은 눈부시다”면서 “퍼거슨이 방금 자른 꽃으로 가득 찬 양동이를 차에서 내리면, 고객들은 줄을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디자인된 꽃다발 대신 신선한 자연 그대로의 꽃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꽃 양동이를 함께 판다.
그녀는 LA 홈팜을 비롯해 개더 플로라 등 여러 꽃집에 꽃을 납품하는 것 외에도 ‘꽃 구독’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구독료에 따라 매달 꽃다발을 배달해준다. 또 LA 인근 8개 화원 투어 프로그램도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한 50명 정도 참석할까 싶었는데 800명이 몰리면서 예약받기를 중단했어야 했죠.”
그만큼 사람들의 꽃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퍼거슨은 한인타운에서 나고 자랐다. LA출신인 그녀에게 꽃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특별한 의미가 있다.
먼저 꽃 자체가 주는 행복감이다. “예쁜 꽃을 받으면 우선 기쁘지만, 다른 많은 것들도 상징합니다. 생명의 순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사랑, 도전, 행복이죠.”
야생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 그녀의 화원은 2번 프리웨이 근처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소음과 정원의 새소리의 대조는 놀랍다.
퍼거슨에게 뒷마당을 내준 머슨은 “지친 어느 날 뒷마당에 나오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꽃을 볼 때가 있다”면서 “참나무, 체리나무도 무성하다. 박쥐도 있고, 밤에는 부엉이 소리마저 들린다. 가끔은 내가 L.A.에 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활짝 웃었다.
글=리사 분 기자,사진=크리스티나 하우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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