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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로드] K치킨의 특별한 바삭함

한국 치킨 세계적 인기 끌면서
두번 튀겨 맛있다는 오해 확산

경쟁 산물 튀김옷 레시피가 비결
우리 신선육 수출 등 고민 필요

한국 치킨은 두 번 튀겨서 더 바삭하고 맛있다는 해외 요리 관련 전문 채널과 매체의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비법 레시피를 따라 하면, 소위 ‘K치킨’의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소문이 전 세계로 퍼지며 닭을 두 번 튀기는 해외 식당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BBQ치킨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유명 프라이드치킨 체인 중에서 정작 두 번 튀기는 레시피를 매뉴얼화한 곳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한 번 튀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K치킨의 바삭함의 비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오해를 낳으며 확산되고 있다.
 
‘튀김’이라는 조리법이 우리에게 익숙해진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콩에서 기름을 높은 수율로 뽑아내는 기술 확보로 식용유의 가격이 내리고 나서부터다. 그 이전에는 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솥에 얇게 두르고 그 위에서 음식을 지지는 것이 기름을 활용한 주된 요리법이었다. K치킨의 출발도 이때 즈음이다. 1960년대 후반 평택 미군 기지 앞 시장에서 주한 미군의 입맛에 맞는 닭요리를 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레시피를 채용한 것이 K치킨 레시피의 기원이다.
 
국내 첫 치킨 프랜차이즈 체인은 1977년 명동 신세계 백화점 지하에서 시작한 ‘림스치킨’이다. 미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던 유학생 부부가 KFC(Kentucky Fried Chicken)에서 영감을 받아 배워온 레시피로 시작한 사업으로 당시 국내에서 크게 성공하며 확산되었다. 이때 림스치킨은 국내 서양식 닭고기 요리 시장에서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만들었다. 하나는 미국 남부식 딥 프라잉(deep-frying) 닭 조리법을 대중화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닭을 조각내어 요리하는 형태를 구현했다는 점, 세 번째는 당시 흔히 쓰던 신문지나 봉투가 아닌 사각 종이박스에 포장해서 판매했다는 점이다.
 
프라이드치킨은 이런 특징들을 내세우며 당시 국내에서 유행 중이던 로티세리 방식의 전기구이 통닭을 밀어내고 K치킨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세 가지는 지금까지도 K치킨의 공통된 특징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어 1980년대에는 양념치킨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한국화가 일어났다. 미국 남부의 오리지널 레시피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사각 종이박스가 아니었다면 양념치킨은 한참 후에나 개발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튀김 옷이 개발되며 K치킨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치킨 프렌차이즈 체인의 원조인 림스치킨의 레시피가 바로 두 번 튀기는 것이다. 그러나 K치킨 성장의 역사에서 ‘두 번 튀긴다’라는 것이 공통적인 원칙이 된 적은 없다. 림스치킨과 교촌, 보드람 등은 두 번 튀기지만 BBQ치킨, BHC, 육십계, 노랑통닭 등 국내 다수의 체인은 한 번 튀긴다. 두 번 튀기는 방식, 즉 더블 프라잉(double-frying) 방식은 새로운 조리 기법이 아니다. 서양 요리나 중국 요리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요리법이다. 한번 튀겨 튀김 옷 속의 고기를 먼저 익힌 후, 3~4분 정도 바깥에 꺼내 두었다가, 다시 튀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속은 골고루 잘 익고, 겉은 더 바삭하게 만들 수 있지만 K치킨의 바삭함의 비법이 여기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두 번 튀기는 또 다른 이유는 업무 효율성 때문인데, 손님들이 집중적으로 몰리기 전에 미리 초벌로 익혀 놓은 다음 손님이 몰릴 때 한 번 더 튀겨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바삭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빠르기 내기 위함이다. 오히려 잘못하면 과조리가 될 위험이 커진다.
 
국내 요리 전문가들은 K치킨의 바삭함은 몇 번 튀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50여년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킨 체인들이 각자 만들어 낸 배터 믹스(batter mix), 즉, 튀김옷 반죽 레시피의 노하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해외의 매체와 셰프들은 K치킨의 맛의 비결이 튀기는 방식에 의한 것으로 보고, 전 세계적으로 ‘치킨 두 번 튀기기’가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으니,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K치킨은 이제 현지에서 몇 번을 튀기든, 또 마요네즈에 비벼지거나 ‘찍먹’으로 먹게 되든, 다양한 변형을 통해 발전해 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삼겹살, 갈비, 수육, 탕 등 한국의 멋들어진 식육(食肉)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 분명한데, 우리는 레시피만 전수하거나 팔 수 있을 뿐, 원재료가 되는 국내산 닭, 돼지고기, 한우 등의 신선육은 미국과 EU 쪽 다수의 국가에 수출할 수 없다. 축산물 방역 문제로 인한 무역 장벽을 뛰어넘지 못해서다. 그들은 우리의 레시피로 그들의 고기를 요리해서 한국의 식문화를 즐기게 될 것이다. 한국 식문화의 확산으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다시 한번 큰일을 해내야 할 때다.

문정훈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푸드비즈니스랩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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