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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구멍가게와 사업체

손헌수

손헌수

보스는 사무실에서 매일 졸았다. 자기 방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깊은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았다. 전날 술을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그랬다. 그런데 거의 매일, 전날 술을 마셨다. 고객들에게 자신은 매일 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출근이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직원들에게는 큰소리를 쳤다. “너희들 전부 없어도 나 혼자 일 다 할 수 있어.” 그때 다짐을 했다. 내가 보스가 되면 저 사람 반대로만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출근을 했다. 시간이 아깝다고 평일에는 골프를 거의 치지 않았다. 사무실에 나와서 졸았다. 그분에게 한번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약국 마인드를 버리고 사업체를 만드셔야 합니다.” 약국은 약사가 없으면 약을 조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약사가 휴가를 가면 약국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사업체는 보스가 없어도 운영이 된다. 하필이면 왜 약국을 예로 들었을까? 그분의 선친께서 약사셨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시간이 지나, 내가 구멍가게 보스가 되었다.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면 불안한 심정이 이해가 된다. 업종의 특성상 전문직 일은 구멍가게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구멍가게와 사업체의 차이는 규모에만 있지 않다. 오너가 없으면 운영이 안 되는 비즈니스는 아무리 커도 구멍가게다. 구멍가게는 사장이 제일 똑똑하다.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오너가 제일 많이 안다. 고객에 대한 기억도 오너가 제일 많이 한다.  
 


구멍가게는 사장이 제일 부지런하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한다. 그리고 구멍가게 고객들은 언제나 사장만 찾는다. 사장이 모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사장이랑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체는 각 분야별로 오너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운영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없어도 사업체가 문제없이 운영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신들의 노력으로 사업체가 더 나아지고 더 커지리란 것도 잘 알고 있다.  
 
구멍가게가 사업체로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구멍가게 주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멍가게 주인들은 자기가 모든 것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을 대체할만한 직원을 원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을 자기가 알아야만 한다. 직원 중에 누가 자신에게 도전하는 꼴을 보지도 못한다. 구멍가게 주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자기 직원이 길 건너에 똑같은 가게를 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멍가게가 체인을 가진 사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시스템에 의지해야만 한다. 이게 말은 쉽다. 대부분 작은 회사는 사람에게 의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이나 전문직종이 그렇다. 훌륭한 직원 몇 사람이 장기간 근속하면 이것이 시스템이라고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곧바로 깨우친다. 애초에 시스템은 없었다.  
 
서비스업의 시스템은 교육이다. 새로 들어온 직원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만이 구멍가게가 슈퍼마켓이라도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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