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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서방님 빼앗긴 여자겨울

손 들어, 종아리 걷어  
 
 
 
시골 장터 네거리엔  
 
홍매화 입에 문 이른 봄이  
 
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의 몸통은 가고 꼬리가 남아  
 
봄 살림 뒤집어엎다  
 
미친 듯 바람 바람  
 
 
 
서방님 빼앗긴 여자겨울  
 
꽃향기 터질 무렵  
 
봄 거리를 헝클어뜨리다  
 
아직 살아있다며 퍼붓는 독소  
 
나뭇가지 이 갈듯 부러뜨리고  
 
섞어지지 못한 낙엽들이 쓸려 다니네  
 
 
 
조용히 물러나려 했건만  
 
미련의 꼬리가  
 
계절, 그대에게 서러워라  
 
 
 
조심하라고 꽃망울 맺힐 때에  
 
나, 겨울에게  
 
따뜻한 안녕을 고했어야지

홍유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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