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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2의 리틀 이태리가 되지 않으려면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언뜻 머지않은 미래를 보는 듯했다. 빼곡했던 한글 간판들은 내려가고 세련된 갤러리 간판이 걸린 웨스턴 애비뉴를 걸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분명 5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한국에서 막 발을 들인 LA 새내기로 촌스러움이 묻은 한글 간판들을 보며 고개를 젓곤 했다.  한국에서 여행 온 친구가 비웃기라도 하면 괜히 창피함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웨스턴 애비뉴라는 큰길, 그것도 몇 블록이나 되는 거리에 담긴 한인타운의 흔적을 지우는 데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재크 라즈리라는 신예 부동산 개발업자가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라즈리는 웨스턴 길에 있는 건물과 창고 등 최소 15개 건물을 매입했고 이를 갤러리들에 임대하기 시작했다. 당시 불황을 겪고 있던  한인 가구업체들은 기꺼이 매장을 팔았다.  
 
갤러리가 들어온 길은 한층 더 세련되어졌다. 인근 타인종 식당들은 변화를 반겼다. 고급화된 거리가 젊은 손님들을 끌어당긴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왠지 모를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마땅히 반대할 명분도 없는 낡은 거리의 재탄생, 언젠가는 타운 전체의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재개발 붐으로 소수계 커뮤니티가 사라지는 건 미국의 현실이다. 1910년 뉴욕 맨해튼 멀버리 스트리트에 둥지를 튼 리틀 이태리(little italy)는 당시 1만 명 가량의 이탈리안이 거주했다. 전체 면적이 50블록이나 되는 꽤 큰 규모였던 리틀 이태리는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게 된다. 2004년쯤 도시에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2010년 단일 역사 지구로 등재되면서 아예 사라지는 것은 간신히 면했지만 지금은 5블록의 규모로 많이 축소됐다. 센서스에 따르면 이곳의 이탈리아 출생 주민은 2000년 44명이 있었지만 2013년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역사를 지닌 차이나타운도 마찬가지다.  CNBC방송은 지난해 5월 ‘미전역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전통과 역사가 력셔리 개발과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내용은 ‘주요 차이나타운 인근 지역의 개발 및 공공 사용 프로젝트로 인해 역사적인 공동체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런 개발이 지역적 특징을 파괴하고 오랜 거주자들을 밀어낸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워싱턴 차이나타운은 1960~70년만 해도 수천 명의 중국계 주민들이 거주했지만 1982년 컨벤션 센터가 들어서면서 주변 재개발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몇 블록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계 주민들이 대거 떠나면서 이곳에서는 타인종 업주가 중국어 간판을 달고 비즈니스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LA 한인타운에서도 전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타운은 지난 4년 동안 허가된 아파트 신축 프로젝트만 40건이 넘을 정도로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종종 변화는 예상치 못한 속도로 일어난다. 우리는 도시의 발전과 역사 보존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역사 보존을 위한 법률 및 규제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을 고려하며, 지역사회 및 이해 관계자 사이의 협력, 역사 보존 연구 등 다차원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시 개발의 흐름에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다시 한번 문화적 유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LA한인타운이 제2의 리틀 이태리가 되지 않으려면.  

장수아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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