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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운명애

93세 할머니 병상에 누워 고요하고 평안하다
그녀를 지켜보는 할아버지 눈빛이 모래사막이다
그의 눈빛을 좇다가 난 그만 길을 잃었다
 
70년 해로의 끝이 보이자
스위스행의 동반사를 꿈꾸어 오던 중
이번 생에 많은 꽃을 피웠으니
다음 생에는 열매를 맺자고  
지긋한 눈빛을 보낸다
 
그녀가 깜빡거리자
그는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절실히 날개를 펴준다
중력을 거부하고 한 마리 새가 된다
진화만이 하나가 되는 길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한 송이 꽃이 피어나고
한 줄기 미풍이 그녀의 눈빛을 전한다

정명숙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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