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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구순의 영원한 현역작가 김윤신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4월20일 개막하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이다. 세계적으로 팽배한 외국인 혐오 현상과 개인이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어디엘 가든 외국인을 만날 것이라는 물리적인 뜻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 주제는 타향땅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인 우리에게 좋은 자극과 격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재해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외국인, 이민자, 실향민, 망명자, 난민 예술가들의 작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물리적 이방인의 의미를 확장해, 오늘날 성 정체성으로 인해 박해받고 소외되는 퀴어 예술가, 독학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예술가와 민속 예술가 등 미술계의 변방에서 겉도는 인물들, 그리고 모국 땅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는 토착 예술가 등의 실천을 조명할 것이다.”
 
본전시에 초청된 작가는 모두 332명이다. 한국 작가로는 작고한 이쾌대(1913-1965), 장우성(1912-2005)과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퀴어 역사와 예술’을 다뤄온 작가 이강승과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원로 여성 조각가 김윤신 등 4명이 초청되었다.
 
단연 우리의 눈길을 끄는 작가는 김윤신이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구순을 앞둔 할머니 조각가, 영원한 현역작가, 동서남북의 작가, 오랜 세월 타국생활을 하며 올곧게 자기 예술세계를 지켜온 작가 등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김윤신은 예술가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배울 점이 참 많은 작가다.
 
우선 이방인의 삶에 주목하게 된다. 김윤신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파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교수로 봉직하면서 왕성한 작가활동을 했다. 그러다 1984년 아르헨티나에 사는 조카에게 놀러 갔다가 그곳의 드넓은 대지와 굵고 단단한 나무에 매료되어 그냥 눌러앉아 버렸다. 매력적인 나무가 조각가의 영혼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후 40년 동안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조각에 좋은 돌을 찾아 멕시코에서 잠시 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는 ‘잊혀진 작가’가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구순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진 것을 계기로 재조명되며, 유명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고 전시회를 가진데 이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초대되는 등 ‘뒤늦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이방인의 삶은 예술가 김윤신을 떠받치는 저력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변방의 삶은 힘들고 외롭지만, 엄청난 가능성과 자유를 내포하고 있다. 많은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빼어난 작품들이 이를 증명한다.
 
“조각은 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하는 작가 김윤신의 예술세계는 자연의 근원적 생명력과 하나되는(合一) 자세를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강조하는 작업, 자연의 원시적 느낌과 강인한 에너지, 토템이즘의 힘으로 충만한 작품들을 통해 사랑을 강조한다.
 
“내 작품은 영원한 삶의 나눔이 주제다. 그 본질은 사랑이다. 내면에는 원초적 생명력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와 같은 작가의 예술적 소신이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하는 원동력이다. 작가는 말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자극과 격려가 되는 죽비의 말씀이다.
 
“나이가 들어서 못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정신으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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