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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다시 세상에 나온 ‘똑딱이 디카’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디지털 시대에 밀려 장식품으로 전락했던 구형 카메라들이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혹시 사용하지 않는 ‘똑딱이’ 디카가 있냐고 물어왔다. ‘똑딱이’란 조리개나 셔터 조절 없이 셔터만 똑딱 누르면 되는 전자동 콤팩트 카메라의 별칭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고화소 신형 디지털카메라를 가진 아이가 ‘똑딱이’ 디카를 찾아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 인기 트렌드란다. 진열장서 몇 대를 꺼내 보여줬더니 가장 오래된 디카를 골라 이리저리 만져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며칠 뒤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셋째가 첫째와 같은 질문을 해왔다. 골라보라고 몇 대 보여줬더니 냉큼 하나를 집어 들고 “아빠 최고”를 외친다. 주말 집에 온 대학생 둘째에게도 똑딱이 디카 필요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안 그래도 이베이 등에서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망설이던 참이었단다. “땡큐, 땡큐”를 연발하며 바로 스마트폰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나섰다.
 
사진을 전공한 아빠 덕분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아이들에게 똑딱이 디카 인기 비결이 뭐냐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옛날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서”라고 답한다. 스마트폰은 너무 쨍하게 잘 나와 차가운 느낌이 나는데 구형 똑딱이 디카는 올드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담아 준다는 것이다.  
 


똑딱이 디카 인기몰이가 어떻게 시작됐나 구글링해보니 K팝 걸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영상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똑딱이 디카를 들고 촬영하고 재생해보는 모습이 디지털에 지친 신세대들에게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성, 즉 레트로 열풍을 싹트게 한 것이다.
 
레트로는 회고, 복고를 뜻하는 Retrospect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M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실 똑딱이 디카 이전에 필름 카메라 열풍이 먼저 불었다. 디카와 달리 필카는 제한된 컷 수에 현상, 인화라는 단계를 거쳐야 촬영한 이미지를 볼 수 있어 기다림과 설렘을 동반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요 급증에 필름 값이 치솟으며 부담이 커지자 필카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소셜미디어에 바로 공유할 수 있는 똑딱이 디카가 대안이 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새로운 레트로 열풍은 패션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옷장에 있던 옷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막내가 입고 다니고 있었다.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냐고 했더니 “요즘 학교 친구들 사이에 이렇게 입는 것이 대유행”이라 한다. 그래서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얼마든지 꺼내 입으라고 했더니 옷장서 보이지 않는 옷이 늘어났다. 너무 헐렁해서 허수아비에 옷을 입혀 놓은 듯한데도 좋다고 하니 솔직히 이해되질 않았다. 구글링해보니 이 같은 패션 트렌드는 ‘그랜파 코어 룩(Grandpa Core Look)’이라 하며 역시 레트로 트렌드 중 하나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할아버지 옷 같은 스타일인데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유행을 덜 탄다는 자유로움이 MZ세대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팝, K드라마, 할리우드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랜파 코어 룩을 입은 사진들을 공유하면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한다.  
 
어른 옷을 활용해 돈도 아끼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재창조해 내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MZ세대의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먼지만 쌓이던 구형 똑딱이 디카, 옷장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옷들로 아이들에게 최고 소리까지 들으며 점수를 따게 되다니 요지경 세상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처럼 피부로 느끼긴 처음이다. 덕분에 새해가 되면 항상 빠지지 않는 정리하기, 버리기 목표 달성이 올해도 물 건너간 듯싶다.
 
오래된 것을 낡거나 유행 지난 것으로 여기고 방치하거나 추억으로만 간직했었는데 이를 활용해 새로운 트렌드인 뉴트로로 만들어 즐기는 MZ세대. 그들이 펼쳐나갈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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