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오자…뒤틀리는 보석상 주인과 점원의 운명
나치 권력이 주인과 점원으로 우정을 나누어 온 두 남자의 관계에 들어서고 예상치 못했던 음모와 갈등을 경험하며 결국 한 사람은 생존의 길을, 다른 한 사람은 투옥되는 상반된 결과로 매듭지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반전과 인간애의 부각이 뛰어난 휴먼 드라마다.
1941년 나치 점령의 파리. 모든 유대인들은 자발적으로 당국에 신분을 보고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보석상 조셉 하프만(다니엘 오테이유)은 아내와 자녀들을 먼저 자유 진영으로 보내고 보석 가게를 직원 프랑수아 메르시에(질 렐루슈)에게 맡기기로 한다.
하프만은 충성스런 직원 메르시에게 가게를 무료 양도한다. 2층으로 들어와 거주하며 모든 이익금도 가져가라고 말한다. 둘은 전쟁이 끝나 하프만이 돌아오면 소유권을 반환하기로 이면 계약에 합의한다. 메르시에는 하프만의 제안에 고마워하며 주인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 그리고 아내 블랑쉬와 함께 보석가게 2층으로 들어와 새살림을 시작한다. 두 남자의 이 거래는 모든 사람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 놓는다.
부인과 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잔여 재산을 정리한 후 탈출하려던 하프만의 계획이 좌절된다. 하프만을 숨겨주고 그의 안위를 보살피던 메르시에 부부는 점차 하프만의 존재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하고 서로 갈등한다. 주인에 대한 정중함도 사라지고 독일 장교와 교우하는 메르시에의 행동이 세 사람 사이에 불안을 조성한다.
메르시에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프만의 세공 기술에 질투를 느낀다. 그럼에도 남성 불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자 하프만에게 아내와 통정할 것을 부탁한다. 점차 드러나는 남편의 양면성과 야욕에 블랑쉬는 죄책감을 느낀다.
독일군들의 가게 출입이 잦아지면서 하프만의 지하 밀실은 더욱 공포로 차오른다. 깊어만 가는 긴장과 서스펜스, 그러나 작가는 하프만을 공포와 불안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마지막 반전에 이르면 원작이 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을 수상했는지 실감케 된다.
나치의 감시망을 극복하고 끝내 생존, 탈출에 성공하는 하프만의 선의, 남편과 갈등하면서도 하프만을 도와주는 블랑쉬의 인간애, 하프만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 부를 챙기려는 메르시에의 교활함을 바탕으로 영화는 아이러니와 놀라운 반전 속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탐구한다.
주요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3명의 앙상블 연기, 특히 프랑스의 베테랑 배우 다니엘 오테이유의 잔잔한 인생연기가 빛을 발한다. 고통스럽지만 인간애가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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