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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모르 파티(Amor Fati) -페루 여행기 2

여운 깊은 엘 콘도르 파사! 구슬픈 팬플룻 소리를 가슴에 담고 아름다운 한 폭의 예술품, 마추픽추를 뒤로하고 리마에 도착하여 황금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박물관 1층에는 수많은 칼과 총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 많은 흉기를 바라보며, 인간의 잔인함과 야만성, 탐욕과 욕망의 숨은 뒷그림자가 눈에 어른거려 슬펐다. 2층의 황금 박물관에서 잉카의 역사를 더듬는 나의 눈길은 분주하였는데 유독,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말하는 매듭’이라고 불리는 키푸스(←Quipus)라는 전시품이었다. 글쓰기와 공식 서면 언어가 없었던 고대인들은 색색의 긴 섬유의 줄에 매듭을 이어, 매듭의 크기와 길이와 색깔로 글과 언어를 소통하였다니, 그 엄청난 지혜가 놀라울 뿐이었다. 매듭을 바라보며, 미(美), 그리고 시(詩)라는 글자의 매듭은 무슨 색이었을까? 길었을까? 짧았을까? 궁금해하는 나의 속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시선을 돌리니 긴 머리카락에 투박한 직물에 옷을 입고 태아의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미라가 유리관 안에 있다. 내세의 부활을 믿어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시체를 앉은 자세로 박제했다던 장례문화, 그들이 믿었다는 내생(來生)은 있을까? 마음속 파도처럼 일렁이는 죽음이라는 물음을 안고 유한한 삶의 시간의 궤적을 바라보았다. 눈길을 끈 또 다른 전시품, 잉카제국의 상징물 뚜미(Tumi), 제사장이 죽으면 바다의 신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는데 나는 터코이스 보석이 박힌 반달 모양의 모자를 쓴 기념품을 사 들고 박물관을 나섰다.  
 
모래사막을 달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버기트럭에 몸을 싣고 도착한 이카,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사막! 모래바람이 겹겹의 굴곡의 무늬를 만들어낸 풍광에 압도되어 숨이 멎었다, 샌드보드를 타고 내려간 모래언덕 아래, 오마이갓! 상상 만으로만 그려보다 처음 본 사막의 오아시스!! 그 벅찬 감동은 한정된 페이지에 글로 다 실을 수 없는 감격이었다.  
 
흥분의 하루의 투어를 끝마치고 멋진 식당에 도착하여 아리랑 우리 팀의 웃음을 블랜딩하여 마신 와인과 식사는 일품이었고 호텔에서의 잠은 꿀맛이었다. 다음날, 보트를 타고 나간 작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빠라스카 섬, 푸른 바다 위에 멀리 뵈는 바위 중간 큰 둥근 구멍은 나에게는 신비의 창(窓)으로 보였고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여 지르는 나의 탄성은 노랫가락이 되어 파도에 흩어졌다. 취하도록 아름다운 황홀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동하여 나스카에 도착하였다.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나스카 지상화, 벌새, 원숭이, 고래를 바라보며 나는 흥분에 소리를 질렀다. 기원전 300년 전 어떻게 저 그림이 가능했을까? 외계인설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 그것을 바라보는 나는 무엇으로 이 기분을 표현할까.  
 


페루! 마추픽추와 모래사막과 오아시스, 바위창과 나스카! 내가 본 모든 벅찬 광경에 마음이 기울어져 넘어졌다. 그렇다. 나는 페루에 경도되었다. 페루는 신비였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이해에 대한 겹겹의 서사는 오래 갈 것이다. 살며, 문득, 이 경험이 나를 훈풍의 바람으로 흔들 것이다. 눈을 감으니, 죽음으로 가는 유한한 삶 앞에 너무도 미미한 존재임을 느끼며 침묵의 시선으로 오래 바라보았던 미라가 떠오른다. 그래,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내가 숨 쉬는 이 순간만이 영원한 생명일 것이다. 내가 있어야 당신도 세상도 존재할 뿐, 망울을 터트리며 올라오는 봄꽃도 바람 한 점도 내가 있어 존재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 감사로 숨을 고른다. 페루 여행의 선물, 아모르파티!! 나의 삶을 절절히 사랑해야지….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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